IBK증권 "진로이즈백 올해 2분기 판매량 300만병"
환경단체 "진로이즈백이 초록색병 협약 파기" 비판
하이트진로 "흰색병도 재활용 충분히 가능" 반박
투명한 병에 두꺼비 캐릭터,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진로이즈백' 많이들 즐기시죠? 깔끔한 맛뿐 아니라 1970년대 진로 소주를 복원한 귀여운 디자인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진로이즈백이 최근 환경단체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어요.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며칠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로이즈백 돌풍에 10년 넘게 초록색 공용병을 사용해왔던 소주업계의 협약이 깨지게 됐다"며 '진로이즈아웃'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에 나섰죠. 이 게시물은 4일까지 200번 가까이 공유됐어요.
하이트진로가 투명한 병을 출시하는 바람에 소주업계의 초록색 공용병(표준용기) 재활용 체계가 무너졌고, 업계가 정부의 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협의를 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병의 모양과 색깔이 다양해지면 빈 병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인력이 더 들어가는 만큼 재사용 비율이 낮아지고,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죠.
하이트진로는 억울하답니다. 기존에 청하, 한라산 등 이형병(비표준용기)은 줄곧 있었는데, 진로이즈백이 잘 팔린다는 이유로 비난의 표적이 됐다는 건데요. 또 진로이즈백 공병의 회수율을 토대로 재활용 정책에 역행한다는 얘기는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어요.
소주병의 기준이 초록색인 까닭은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깁니다. 왜 소주병은 초록색이었을까요. 2009년 10개 주요 소주 업체들은 소주병 공용화에 동의하고 제조사에 상관없이 소주병을 함께 이용하기로 합의했는데요. 당시 소주 업계 1위로 가장 많이 유통되던 360㎜ 용량의 참이슬 병을 공용병(표준용기)으로 정하고, 이듬해인 2010년부터 10개 소주 회사들은 '신사협정'을 맺고 반드시 이 병을 쓰기로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초록색 소주병은 참이슬 병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 공용병과 모양, 색깔이 다른 병은 모두 이형병(비표준용기)이 된 것이구요. 한라산(한라산소주), 좋은데이1929(무학), 고급소주(대선주조) 등 초록색이 아닌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진 병들은 모두 이형병입니다.
그런데 10년 가까이 별일 없이 지내왔던 소주병들이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최근 소주 업계에서 이뤄진 공용병과 이형병의 '1대 1 맞교환 합의'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공용병은 소주 제조업체가 음식점 등에서 빈병들을 수거한 뒤 이를 세척해 자사의 라벨을 붙여 재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A회사가 수거한 빈병 중 B회사 제품이라 해도 어차피 병 색깔이나 모양은 똑같으니까 씻어서 다시 쓸 수 있었습니다. 혹시 함께 수거한 병 중 색깔이나 모양이 다른 빈병이 있으면 이는 수수료(병당 10.5원)를 받고 원래 제조사에 돌려줬습니다.
공용병은 지난해 기준 빈병 회수율이 97%에 달하고, 재사용 횟수도 병당 6~10회 수준이니, 이런 방식은 재사용 촉진에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환경도 보호하고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물류비·생산비 등 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10개 소주회사가 10년 만에 다시 맺은 협약에 따르면, 앞으로는 수거한 빈병이 표준용기인 초록색병이 아니더라도 1대 1로 교환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그 동안 서로 다른 편으로 여기졌던 초록색병과 흰색병을 사실상 같은 편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죠. 공용병과 공용병끼리는 물론이고, 공용병과 이형병끼리도 1대 1로 교환이 가능해졌습니다.
만일 수량이 충분치 않아 1대 1 교환이 불가능하면 한 병당 17.2원의 수수료를 주는 것으로 대체하게 됩니다. 처음처럼을 만드는 롯데주류가 투명한 진로이즈백 100병을 가지고 있고, 진로이즈백을 만드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50병을 가지고 있으면, 하이트진로는 모자란 50병 만큼 수수료(50*17.2) 860원만 더 주면 되는 식으로 바뀐거죠.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투명한 병(진로이즈백)도 당당하게 초록색병과 같은 대접을 받게 됐으니 반가운 일이죠. 하이트진로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새 합의를 두고 "10년 전 협약의 취지를 살려 환경을 지키면서 소주 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평가했어요.
10년 이어 온 초록색병 공조가 흔들리다
그런데 환경단체의 생각은 다릅니다. 지난해 4월 진로이즈백 등장과 함께 만들어진 새 협약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2009년 '소주 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깬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왜일까요.
이유진 연구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진로이즈백 때문에 재사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10년 동안 이어져 온 공용병 재활용 협의가 깨졌고, 이형병 취급 수수료도 올랐다"며 "앞으로 다른 소주 회사들도 우후죽순 여러 이형병을 출시할텐데 그렇게되면 이형병을 처리하는 비용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 동안 회사마다 색깔과 모양이 다른 빈병을 선별·보관하는데 들어갔던 비용을 줄이고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초록색 공용병을 썼는데, 하이트진로가 투병한 병에 담긴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환경 보호 차원에서 유지해 온 자율 협약의 가치가 줄어들게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롯데주류는 당시 진로이즈백이 산업 인프라와 자율 협약을 깨뜨린다면서 해당 공병 사용을 중단해야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소주병 모양이 다를 경우 수거업체가 병을 선별하고 보관하는 과정에 추가 작업과 수수료가 발생해 재사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죠. 이같은 이유로 롯데주류는 지난해 수거한 진로이즈백 빈 병 약 420만개를 돌려주지 않고 강릉공장 앞마당에 쌓아놔 하이트진로와 갈등을 빚었죠.
하이트진로는 "진로이즈백 이전에도 여러 회사에서 다른 색깔과 모양의 소주 제품을 출시했다"며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발했어요. 하지만 롯데주류 측은 "한라산 등 기존 이형병 제품은 일부 지역에서만 팔렸고 그 양도 많지 않았다"라며 "진로이즈백은 전국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기 때문에 얘기가 다르다"고 지적했죠.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진로이즈백 판매량은 전년 2분기 약 30만 상자에서 올해 2분기 300만 상자로 10배 가까이 늘었다"라며 "반면 올해 2분기 참이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덕에 하이트진로의 소주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249억원, 3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6%, 43.3% 증가했고요.
논란이 커지자 결국 환경부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나서서 소주업체 10개사를 대상으로 새로운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가까스로 '소주병 전쟁'은 일단락됐지만, 환경 이슈가 제기되면서 하이트진로는 여전히 곤혹스러운 상황이죠.
"투명한 병이지만 회수율 90% 이상"이라 문제없다?
이번 합의의 중재 역할을 한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10년 전 협약이 깨졌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어요.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형병이 새로 등장한 건 아니지만, 진로이즈백 이슈로 업체 사이의 갈등이 생겨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이형병 재활용이 어렵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습니다. 올 상반기 이형병의 회수율이 90% 이상, 사용률은 80% 이상 된다는 겁니다. 한 관계자는 "이형병 회수가 잘 되고 있어서 재활용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 더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어요.
이형병 취급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는데요. 한 관계자는 "10년 전보다 물가가 상승해 이형병 취급 비용을 올린 것"이라며 "지방 소주사들은 공용병을 더 필요로 할 수 있으니, 이번 합의대로 1대 1 맞교환을 하면 된다"고 전했죠.
하이트 진로는 "시장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막아놓고 영업 이익이 나지 않아 사양길에 들어서면 그 때가서 초록색 병만 쓰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이유진 연구원은 "공병 재활용·재사용 문제는 업계의 자발적 의지에 맡길 게 아니라 제도화 해야 한다"며 "애써 만든 협약을 후퇴시키는 것은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진로이즈백은 정말로 소주업계의 공용병 재활용 시스템을 무너뜨린 것일까요, 아니면 억울한 누명을 쓴 걸까요. '소주=초록색 병' 공식은 이제 끝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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