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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자주 만져도 되나요?" 태동에 관해 궁금한 모든 것

입력
2020.09.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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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태동의 정체 "자궁 속에서 자세 바꾸려는 움직임"
"30주 지나면 강해지고 출산 직전엔 약해져요"

편집자주

임신을 하게 되면 궁금해지는 것들이 시시때때 생기는데요. 이중에는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기 민망할 정도로 사소하지만, 임신 관련 책에도 나오지 않아 답을 구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많습니다. 어쩔 수없이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맘카페에 글을 올려 답을 구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론 불안함이 가시지 않지요. 그런 궁금증을 모아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포털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태동에 관한 궁금증. 포털사이트 검색창 캡처

포털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태동에 관한 궁금증. 포털사이트 검색창 캡처


드라마 등에서 보면 임산부의 배에 손을 대거나 귀를 대며 태아의 상태를 궁금해하곤 하죠. 임산부 주변인들이 불뚝 나온 배를 만지고 싶어 하는 이들도 뱃속 태아의 움직임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일 거고요. 임산부 본인도 임신 후 입덧이 잦아들 무렵인 16주가 되면 슬슬 태동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궁금해집니다. 빠르면 이맘때부터 태동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일 텐데요.

뽀글거리는 느낌이 장운동과는 어떻게 다른 건지, 태동을 느낄 수 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한 엄마들부터 태동이 너무 없거나 많아서 걱정인 엄마들도 있지요. 이들의 고민을 산부인과 교수에게 대신 물어봤어요.

태동, 왜 하는 걸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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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글뽀글, 툭툭, 쑥"

다양한 형태로 전달되는 태동은 태아가 엄마에게 "저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보내는 '생존 신호'입니다. 또 태아의 중추신경계가 발달하는 과정과 기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하지요. 사람이 팔과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되는 게 아니라 태아 시절부터 조금씩 발달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비롯한답니다.

김영란 차의과학대 분당차여성병원 교수는 "태아가 40주 동안 엄마 배 속에서 중추신경계발달 및 기능을 완성하면서 태아의 움직임이 더 조직화하고 이렇게 조직화한 근육 움직임이 활성화하면서 발달한다"고 설명했어요.

태동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태아의 상태에 따라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요. 임찬미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동은 태아의 수면과 각성 주기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기도 한다"며 "태아가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것과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것을 모두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태동을 통해 태아의 상태도 파악할 수 있어요. 정진훈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규칙적인 태동이 있다면 현재 자궁 내 태아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동은 언제부터 느낄 수 있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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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가 엄마 배 속에서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자세를 바꾸는 건 약 7, 8주부터인데요. 별도로 엄마가 태아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건 그로부터 약 2달 뒤인 18주 전후라고 해요.

정 교수는 "초산 임신부는 18~20주, 분만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경산부는 16~17주에 태동을 느낀다"며 "경산부는 이전의 출산으로 복벽이 유연해져 태아의 움직임이 쉽게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김 교수는 또 "같은 원리로 날씬한 임신부가 상대적으로 태동을 일찍, 더 많이 느낀다"고 했는데요. 이는 "자궁벽과 자궁을 둘러싸고 있는 피하 지방이 적어 태아의 움직임을 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태동을 느껴보지 못한 임신부라면 어떤 게 태동인지 궁금하고 헷갈리는데요. 보통 초기엔 뱃속에서 뽀글뽀글 물방울이 올라오는 느낌, 물방울이 톡톡 터지는 느낌과 비슷해 장 운동과 헷갈리기도 한답니다. 정 교수 설명에 따르면 태동은 "태아의 손과 발이 자궁벽에 부딪힐 때마다 진동이 자궁에서 복벽으로 전달된다"고 하네요.

태아의 성장 과정에 따라 주 수별로 태동도 변해요. 자궁 속에서 태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과 양수의 양 등이 태동과 연관이 있기 때문인데요.

임 교수 설명에 따르면 태아의 움직임은 척추와 사지의 수동적인 움직임으로 시작해 12주 이후엔 태아가 손을 얼굴이나 입으로 갖다 대는 움직임을 보이고요. 14주쯤부터는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태아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건 20주 이후부터고요.

태아가 가장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기는 임신 28주 이후부터 32주까지라고 해요. 정 교수는 "양수의 양이 가장 많은 시기로 태아가 양수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공중곡예를 하거나 발로 배를 차기 때문에 엄마 배의 피부가 얇으면 눈으로도 태동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엄마가 태동을 가장 잘 느끼는 시기는 임신 32주 이후부터 36주인데요. 정 교수는 "이때는 태아가 발로 자궁벽을 치면 아픔을 느낄 정도로 태동이 강해진다. 손이나 발이 엄마의 배 피부에 불룩 튀어나오거나 자다가도 깜짝 놀라 깰 정도로 심하게 움직인다"라고 말했어요.

가끔 '이래도 괜찮나' 싶은 종류의 태동이 있어요. 규칙적으로 콩콩거리거나 배가 아플 정도의 태동인데요. 이때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딸꾹질일 수도 있어요. 태아도 딸꾹질을 한답니다. 정 교수는 "태아의 자율신경 발달로 딸꾹질을 계속할 때도 있고 이 시기에는 날카로운 것이 배 안을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낄 수 있다"며 "모두 정상"이라고 했어요.

또 태아가 자랄수록 태동도 커질 것 같지만, 오히려 막달에는 태동이 줄어드는 게 정상이랍니다. 임 교수는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면 태아가 임신부의 골반으로 내려가면서 전달되는 태동이 점차 약해진다"고 설명했어요.

배를 만지면 태아가 귀찮아 하진 않을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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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은 태아가 엄마에게 보내는 생존 신호라고 했는데요. 이때 엄마는 이 신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매번 쓰다듬거나 톡톡 두드려주는 것, 또는 먼저 태아에게 신호를 보내는 게 어쩌면 태아를 귀찮게 하는 건지도 모르잖아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엄마가 아플 정도로 세게 두드리는 게 아닌 이상 적당히 자극을 주면 태아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임 교수는 "엄마, 아빠가 배를 쓰다듬거나 태동이 느껴지는 부분을 두드리면서 태담을 하면 태아는 계속해서 바깥의 정보를 수집하며 뇌를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말했어요.

다만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먼저 차가운 손으로 만지면 자궁 수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데요. 김 교수는 "자궁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에어컨 바람처럼 차가운 공기가 살에 닿으면 자궁 수축을 느낄 수 있다"며 "임산부나 배우자가 배를 만지려면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손으로 만지면 좋다"고 해요.

특히 조산 위험이 있으면 배를 만지는 것도 자극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해요. 정 교수는 "태아는 대부분 시간을 자궁 안에서 고요한 수면 상태 또는 활동적 수면 상태로 지내는데, 하루에 한 두 번 임산부의 배를 자극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며 "물론 너무 자주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어요. 태아가 잠을 자는 것을 방해할 수 있고, 조산 위험이 있는 임산부는 조기 진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동이 많으면 좋고 적으면 안 좋은 걸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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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 또 막상 태동을 느끼고 싶어서 가만히 기다릴 때는 태동이 없기도 하고요. 어떤 날은 너무 잦은 것 같기도 하면서 어떤 날은 움직임이 너무 없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지요. 맘카페 등에 "태동이 없는 것 같은데 병원을 가봐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자주 올라오는 이유이기도 해요.

먼저 이상이 없는지 알려면 태동에 영향을 끼치는 태아의 수면과 각성 주기를 알아두면 좋아요. 김 교수 설명에 따르면 제1상태는 고요한 수면 상태로 태아나 안구의 움직임이 없고 태아 심박 수의 진폭은 좁다고 해요. 제2상태는 눈 운동이 빠르거나 활동성 수면기에 해당합니다. 이때는 몸통과 팔·다리, 안구가 쉬지 않고 움직이고요. 태아 심박 수 진동 폭도 커져요.

태동을 보이는 시기는 제1상태에서 제2상태인데요. 김 교수는 "태동이 적다고 해서 태아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상 상태에서도 태동의 빈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며 태동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또한 개인에 따라 차이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태동이 적다면 일부러 유도할 필요는 없을까요? 전문가의 대답은 "그럴 필요까진 없다"입니다. 정 교수는 "태동은 임산부의 체중이나 비만 정도, 태아의 위치, 태반의 위치에 따라 개개인의 차이가 있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일부러 태동을 유도할 필요는 없다"고 해요.

문제는 "전과 비교했을 때 태동이 심하게 줄었을 때는 반드시 병원을 가봐야 한다"는 건데요. 임 교수는 "태아가 만성 저산소증 상태면 에너지와 산소 소모를 줄이려는 적응 기전 때문에 움직임이 줄어든다"며 "이 경우 자궁 내 태아 사망 가능성이 있으므로 산모가 느끼는 태동이 평소보다 줄어들었다고 생각되면 태동 검사를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어요.

태동이 너무 강하거나 약해서 걱정이라고요? 중요한 건 '규칙성'입니다. 보통 태동은 "보통 1~2시간에 10회 이상"이라고 하는데요. 임 교수는 "태동이 강하든, 약하든 규칙적이라면 태아가 건강하다는 뜻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태동 검사는 무슨 검사인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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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 검사는 보통 임신 9~10개월 때 하는 검사인데요. 흔히 임산부가 집에서 혼자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태동에 집중해 2시간 동안 횟수를 측정할 때 10회 이상 느껴지면 정상"이라고 해요. 다만 김 교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임산부가 태동을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을 어떻게 정량화해서 평가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태동을 엄마가 '느낀다는 것'은 주관적이라 태아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건데요. 이런 점 때문에 산부인과에서 태아 안녕 평가를 하기 위해 임신 37주 이후에 '비수축 검사'를 하는 겁니다.

비수축 검사는 '태아의 심박 수를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임 교수는 "태아가 움직이면 심박수가 잠깐 동안 늘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태아의 심박 수가 늘거나 줄어드는 것은 태아의 자율신경계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좋은 지표"라고 설명했어요.

이렇게 태아의 심박수를 검사할 때는 20~ 40분이 걸린다고 해요. 정 교수는 "태아 심박 수의 기저선부터 적어도 분 당 15회 이상, 15초 이상 이어지는 태아 심박 수 상승이 2회 이상이면 정상"이라고 말했어요.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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