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였던 시행령 조항은 노동3권 침해로 무효"
효력정지 신청은 기각... 현재로선 '법외노조' 유지
고용부 "노조 아니라는 통보 처분 취소 절차 착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해직 교원 가입’을 문제 삼아 ‘법외(法外)노조’라고 통보했던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해당 처분의 무효를 주장해 왔던 전교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전교조는 7년 만에 합법노조 지위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원고승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 대법관 8명은 다수 의견에서 “처분의 근거가 된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2항은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적 조항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노조법에 의한 보호만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데 정작 노조법에는 이와 관련한 규정이 전혀 없고 시행령에 이를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는 설명이다.
이어 대법관들은 “그 자체로 무효인 해당 시행령 조항의 유효함을 전제로 했던 고용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를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형ㆍ안철상 대법관은 각각 “원고(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 “원고의 위법 사항에 비해 과도한 처분”이라는 별개의견으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이기택ㆍ이동원 대법관은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맞고, 정부의 통보 처분도 적법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과거 변호사 시절 전교조 사건을 대리한 적이 있는 김선수 대법관은 이날 상고심 심리와 합의, 선고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 선고와 함께 곧바로 전교조가 합법노조가 된 건 아니다. 본안 소송과 별개로,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특별3부는 이날 전원합의체 선고 직후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원합의체 판결은 원심 판결을 파기한 것일 뿐”이라며 “(현 상태에선) 전교조의 법적 지위(법외노조)엔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향후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되거나,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진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이 유지된다는 의미다.
물론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직권 취소할 수도 있다. 고용부는 이날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고용부는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고, 관련 법 개정이 추진 중이라는 등의 이유로 직권 취소 절차를 밟지는 않아 왔다. 전교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마침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며 “정부와 사법부는 국가폭력 피해자인 전교조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신속한 후속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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