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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가득한 뉴딜펀드, 관제펀드 전철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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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가득한 뉴딜펀드, 관제펀드 전철 피할 수 있을까

입력
2020.09.07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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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임기 후에도 출자 계획 이어질지 의문
"구체적 투자 가이드라인 세우고
산업부 등 관련 부처가 추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20조원 규모 '한국판 뉴딜펀드'의 청사진이 공개됐지만, 시작부터 ‘혈세 투입’과 ‘금융권 팔 비틀기’ 등 각종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명확한 투자처조차 불투명한데다, 임기가 채 2년도 남기 않은 문재인 정부가 5년짜리 장기 투자계획을 내놓은 점도 기대감의 한편에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기조에 발맞춘 뉴딜펀드가 각종 논란을 딛고, 과거 정부의 관제펀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꼼꼼한 검증과 준비, 지속가능성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혈세투입ㆍ불명확한 투자대상 논란


뉴딜펀드 및 뉴딜 금융 지원방안. 그래픽=김대훈 기자

뉴딜펀드 및 뉴딜 금융 지원방안. 그래픽=김대훈 기자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일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방안’을 발표한 이후 정치권과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뉴딜펀드는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형 뉴딜펀드 △세제 혜택을 통해 지원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정부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민간 뉴딜펀드의 3개 축으로 구성된다.

이 중 2025년까지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조성한 모(母)펀드가 35% 수준을 출자하고 정부 재정이 10% 가량의 후순위 출자를 맡아 투자 리스크(위험)를 정부가 떠안는 형태다. 민간 자금이 선순위에 투자하기 때문에 민간투자자가 가입한 뉴딜 펀드가 10~35% 손실이 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투자가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메운다는 점에서 논란 소지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결국 뉴딜펀드라는 이름으로 재정지원에 나서는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자(子)펀드인 뉴딜 인프라펀드가 투자하는 대상이 아직 불명확하고, 투자 매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점도 논란이다. 정부는 수소 충전소 구축 등 민자사업과, 육상ㆍ해상풍력 및 태양광 등 친환경ㆍ신재생에너지 시설, 수소ㆍ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디지털 사회기반시설(SOC) 안전관리 시스템 등을 예로 들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그야말로 ‘얼개’만 던진 셈이다.

정부가 뉴딜펀드 투자 대상기업이라고 언급한 ‘녹색인증기업’ ‘기후기술 보유기업’ 역시 구체적 설명이 없어 모호하다. 신재생 에너지나 수소경제 분야의 경우 대부분의 사업이 아직 초창기 수준에 머물러서 과연 정부가 원하는 1.5%+알파(α)의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5년간 정부 및 정책ㆍ민간 금융기관의 출자를 바탕으로 한 이번 계획이 동력을 잃지 않고 다음 정부까지 변함없이 이어질 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앞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와 창조경제를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금융권은 관련 예ㆍ적금, 대출, 펀드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실제 정부의 지원 하에 적지 않은 자금이 몰렸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자금이 대거 이탈했고,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에서 잊혀진 상태다.


"구체적 가이드라인ㆍ일관성이 성공 관건"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해명자료를 내고 “한국판 뉴딜은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ㆍ그린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신산업인데다, 관련 예산이 이미 확정돼 사업 구체성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어 “예산안을 통해 뉴딜 사업 내역이 제시된 만큼, 자산운용사 등이 관련 투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뉴딜펀드의 성공 관건은 얼마나 구체적인 투자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향후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정책형 뉴딜펀드 가이드라인과 운용사 선정기준을 마련한 뒤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펀드 투자처가 될 기업과 사업을 명확하게 선정하고 꼼꼼하게 검증하지 않을 경우 자칫 기대감으로 거품만 키우고 부실투자를 양산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가 말하는 ‘뉴딜 기업’이 뭔지도 상당히 모호하다”며 “두루뭉술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과거 닷컴버블 때처럼 회사 이름에 ‘뉴딜’이나 ‘신재생’ 단어만 들어가도 투자금이 몰리는 일이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뉴딜펀드정책 추진 방침 발표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신재생ㆍ데이터 등 관련기업 주가가 1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뉴딜펀드가 지난 정부의 관제펀드처럼 정권이 바뀐 뒤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려면 해당 사업을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나 산하기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책사업은 정부지원 동력을 잃으면 유명무실해져 소위 ‘자투리 펀드’가 되기 쉽다”며 미국 중소기업청이 하고 있는 소투자기업법(SBICㆍsmall business investment company) 프로그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BIC 프로그램은 벤처캐피탈(VC)이 리스크가 큰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할 때 발행하는 채권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형태로, 부처(중소기업청)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부침을 겪지 않는다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허경주 기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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