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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없는 감옥' 코로나 자가격리… "혹시 내가 옮겼나?"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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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없는 감옥' 코로나 자가격리… "혹시 내가 옮겼나?" 스트레스

입력
2020.09.06 15:14
수정
2020.09.07 00:4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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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경험자들이 말하는 '세상과의 완벽차단'
감염됐을까, 남에게 옮겼을까 2주 내내 스트레스
지자체 업무 과중에 동선추적ㆍ격리통보 지연도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조모(32)씨가 지난달 14일까지 자가격리를 하며 제공받았던 생활필수품 사진. 조씨 제공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조모(32)씨가 지난달 14일까지 자가격리를 하며 제공받았던 생활필수품 사진. 조씨 제공


“목이 조금이라도 칼칼하면 불안해서 잠이 안 왔죠. 집에 두고 온 아이도 걱정이었고요. 자가격리를 하다보니 살이 5㎏나 빠졌어요.”

지난달 1일부터 12일까지 자가격리를 했다는 서울의 직장인 A(48)씨는 2주 가까운 자가격리가 마치 '창살 없는 감옥' 같았다고 말했다. A씨가 7월 29일 접촉했던 사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A씨 역시 꼼짝없이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생각에 경기 남양주시 부모님 댁에서 혼자 자가격리를 했다. 당시 "때때로 불안감이 닥쳐 와 30분마다 강박적으로 열을 재기도 했다”는 A씨는 자가격리가 끝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그 때의 긴장감 탓에 여전히 집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지낸다.

코로나19 확진의 '문턱’까지 갔다가 2주 만에 일상으로 돌아 온 자가격리자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일보가 4일에서 6일에 걸쳐 전화 인터뷰를 실시한 전국의 자가격리 경험자 6명은 “진짜 확진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온갖 비관적인 생각이 다 들었다”며 "내가 확진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옮을 수도 있었겠다는 스트레스가 매우 컸다"고 호소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자가격리 대상자는 △음성 판정을 받은 해외 입국자와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등이다.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되면 담당 보건소 공무원의 안내에 따라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리케이션(앱)을 휴대폰에 설치한 뒤 특정 장소에 2주간 격리된 상태로 머물러야 한다. 이 기간 동안 매일 체온을 앱에 기록하면서, 지방자치체로부터 안부 문자를 받는 등 집중 관리를 받게 된다.

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자가격리대상자 생활수칙. 질본 제공

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자가격리대상자 생활수칙. 질본 제공


확진자를 접촉해 자가격리를 경험한 이들은 주변 사람들 걱정부터 쏟아냈다. 자신과 접촉한 사람들이 추가 감염됐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지난달 27일부터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최모(27)씨는 “독서실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후 자가격리를 통보받기까지 5일의 공백이 있었다”며 “이 기간에 나와 접촉한 가족과 친구들이 옮으면 어쩌나, (확진자로 판정돼) 내 동선이 다 공개되면 어떡하나 등 온갖 걱정이 다 들었다”고 했다.

좁은 집 또는 방 안에서 오롯이 혼자 지내야 하는 2주간의 격리 자체도 고역이었다고 한다. 마음이 불안한 상태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으려니 스트레스가 더 가중됐다는 게 경험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난달 25일부터 자가격리 상태로 지내는 직장인 박모(26)씨는 “2주나 방 안에서만 생활하려니 사회와 완전히 격리되는 기분이 들었다”며 “보건소의 심리상담마저 없었으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 대학원생 박모(29)씨는 “문틈으로 부모님에게 밥을 건네 받을 때와 화장실 갈 때가 방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생활 필수품을 챙겨주고 매일 안부를 확인하는 등 애써 주고 있다는 점에는 고마움을 느꼈지만,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다 보니 일부 업무에서 미숙함 또는 뒤늦은 처리가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담당 공무원이 자가격리 규정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곧바로 명쾌한 답을 해 주지 않거나, 확진자 동선 추적이 늦는 바람에 자가격리 통보 연락이 지나치게 늦게 오는 경우가 잇따른다고 한다. 경기 고양시의 이상열(41)씨는 “자가격리가 끝나면 코로나19 재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격리 이후 정신건강 상담을 받는 방법 등을 물었지만 담당 공무원도 잘 알지 못해 아쉬웠다"며 "자가 격리 통보도 음성 판정을 받고나서 24시간이 지나서야 왔다"고 했다.

이승엽 기자
김영훈 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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