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일주일은 ‘동분서주’로 요약된다. 지난달 29일 당대표 임기가 시작되자 마자 청와대를 독촉하고 민주당을 채근했다. '허니문'이란 이 대표 사전에 없는 듯 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를 잔뜩 내는 게 이 대표의 원래 스타일이다. 차기 대선 일정을 감안한 이 대표의 임기는 6개월에 그쳐 '이낙연 브랜드'를 띄울 시간이 별로 없다. 더구나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선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추격 당하고 있다. 이 대표가 분주하고 다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봉하 참배 미루고, 청와대 재촉하고
민주당 대표가 취임하면 거의 예외 없이 지키는 ‘불문율’이 있다. 5ㆍ18 광주 민주화묘지 참배,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다. 이 대표는 아직 하지 않았다. 종교 지도자와 시민사회 원로를 만나는 일정도 미뤘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신 2일 서울 마포 망원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 “틀에 박힌 일정을 소화하기보다 민생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차별화 전략”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대표는 측근들에게 “비상한 시국에 낯을 내는(과시하는) 일정은 미뤄두겠다”는 방침을 내렸다고 한다.
성과를 향한 '직진 본능'도 여전하다. 당대표실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위한 고위당정청 협의회를 빨리 열자고 여러 채널로 청와대와 정부를 설득했다”고 했다. ‘국민의 위기감이 심각한데 정부 대응이 굼뜨다’는 문제 의식도 전달했다고 한다. ‘이낙연 지도부’ 출범 일주일만인 6일 추경이 ‘7조원대 편성ㆍ추석전 지급’으로 정리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원내대표실 불쑥불쑥 들르는 당 대표
이 대표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국회 사무실을 불쑥불쑥 찾는다고 한다. 얼굴을 맞대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전임자인 이해찬 전 대표가 정책 추진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펼쳐놓는 스타일이다. 김 원내대표에겐 국회 상임위원장 재배분과 관련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진의를 파악하고 접점을 찾도록 서둘러 달라"고 채근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에게는 "의료계와 대화 채널을 가동해 달라"는 구체적 주문을 전달했다.
여권 관계자의 전언. "이 대표는 현안을 언제나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대표 비서실에 현안 실시간 점검을 주문했다. 말로 그친 게 아니다.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전화를 받고 텔레그램을 확인하는 걸 알고 놀랐다."
신문기자 출신인 이 대표는 연설문을 쓰는 메시지팀에도 특별 지시를 내렸다. “꼭 필요한 발언에 선택과 집중을 해 달라. 간결한 메시지가 오래 기억되니 장황하지 않게 써 달라."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 대표는 현안 파악이 빠르고 지시가 구체적인 스타일”이라며 “확실히 그립(장악력)이 강하다”고 했다.
'강한 리더십에 당 개혁성 떨어질라'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당내 평가는 긍정적이다. '여당이 청와대 입법 하청기관’이라는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라서다. 문재인 정부 하반기 국정동력 약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꼼꼼한 이 대표가 국정동력을 되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 대표의 속도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물론 있다. 이 대표가 빠른 성과를 추진하다보니 민주당의 정체성과 선명성이 희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서두를 수록 잡음이 나는 게 정치권이기도 하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빠른 성과를 위해 '타협'에 방침을 찍으면 여권 내 개혁 진영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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