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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갇혀 있던 장애인, 유튜브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다

입력
2020.09.11 13:00
수정
2020.09.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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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는 장애인 개성 인정 않고 왜곡
솔직함 담긴 영상으로 '공존의 법칙' 알려
비장애인 인식 개선ㆍ장애 정체성 확립도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는 것 경계해야"

시각장애인 김한솔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을 통해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캡처

시각장애인 김한솔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을 통해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통계 웹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 채널은 2015년 말 2만 4,544개에서 올해(8월22일 기준)는 5만 6,168개(1,000명 이상 구독 채널 기준)로 5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채널이 늘어난 만큼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도 다양해졌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 유튜버가 다수 생겨난 것은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강진숙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5,6년 전만 해도 서너 개 채널만 눈에 띄는 정도였는데, 최근엔 장애인이 운영하는 채널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채널 증가의 이면에는 기존 매체에서 장애인의 모습을 왜곡해온 영향도 있다. 강 교수는 “대중매체는 장애인을 단순히 ‘장애인’으로 묶어버려 그들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과장해서 비장애인의 정서를 자극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초능력자 혹은 천벌을 받는 캐릭터로 장애인을 묘사해 편견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청각장애인 이샛별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달콤살벌 농인부부'에서 수화언어(수어)로 이야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청각장애인 이샛별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달콤살벌 농인부부'에서 수화언어(수어)로 이야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반면 장애인이 직접 만든 유튜브 영상에는 장애인의 솔직한 모습이 담긴다.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구독자가 1만명 안팎에 달하는 채널도 적지 않게 생겨났다. 김지연 중앙대 언론커뮤니케이션학부 박사는 1인 매체 성격이 강한 장애인 채널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미닝아웃(meaning out)’ 현상으로 설명했다. 미닝아웃은 자신만의 신념이나 취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이다. 김 박사는 “예전엔 SNS가 거창한 것을 과시하는 공간이었지만, 현재 SNS 이용자들은 자기 표현과 선택, 결정권을 중시하기 때문에 소소한 일상과 아픔을 공유하는 게 주된 흐름”이라며 “장애인 유튜버의 등장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장애인 유튜버의 등장은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에도 기여한다. 강 교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비장애인 시청자는 본인과 장애인간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며, 장애인의 주체적인 삶을 인정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도 “비장애인 시청자 입장에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을 제작한 장애인 유튜버에게도 순기능이 적지 않다. 강진숙 교수는 “영상 제작을 통해 장애인 유튜버는 배려와 보호의 대상만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거부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후천적 장애인들은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비로소 ‘장애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체장애 유튜브 채널 '함박TV' 운영자 함정균씨가 쌍둥이 자녀와 함께 영상을 찍는 모습. 유튜브 캡처

지체장애 유튜브 채널 '함박TV' 운영자 함정균씨가 쌍둥이 자녀와 함께 영상을 찍는 모습. 유튜브 캡처


무엇보다도 장애인 시청자는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얻는다. 김지연 박사는 “장애인이 다른 장애인의 영상을 찾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소변을 보는 방법, 화장하는 방법, 공항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기존에는 장애에 관한 콘텐츠가 부족해서, 외국 콘텐츠를 찾아보거나 집안에 갇혀 있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관련 영상에서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준다거나, 반대로 부정적인 부분만 묘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공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을 진행하는 김수목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할 때도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제작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김지연 박사도 “한쪽 측면만 부각한다든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든다면, 왜곡된 장애인식을 보여주던 기존 매체와 다를 바가 없다”며 “오히려 비장애인과의 거리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강진숙 교수는 “지금과 같이 장애인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기보다는 공식 미디어 교육기구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지연 박사도 “유튜브를 통해 영향력이 생긴 장애인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역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장애인 박모씨의 가족이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씨 부모는 "우리가 딸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딸에게 배우는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다운증후군 장애인 박모씨의 가족이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씨 부모는 "우리가 딸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딸에게 배우는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이혜인 인턴기자 hanehane01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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