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홍콩 수치스럽다는 유역비가 뮬란? "진짜는 따로 있다"

입력
2020.09.08 08:00
수정
2020.09.08 12:01
0 0

주인공 유역비 '홍콩 비판' 논란에 비난 타깃돼
영화 평은 좋지만 보이콧은 인근 국가로 확산
홍콩 민주화 운동가 차우와 뮬란 비교하기도

지난달 11일 트위터에 "아그네스 차우가 진짜 뮬란"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11일 트위터에 "아그네스 차우가 진짜 뮬란"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 캡처


"'아그네스 차우'가 진짜 뮬란이다."

현재 홍콩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덮고 있는 말입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아그네스 차우(周庭)와 중국 남북조 시대의 영웅인 화목란의 실화를 토대로 한 디즈니 최초의 동양 여전사 애니메이션 '뮬란', 약간은 생뚱맞기도 한 이 조합. 이 둘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81%'…개봉하자마자 호평 쏟아져

영화 뮬란.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 뮬란.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17일에 개봉 예정인 영화 '뮬란'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1998년 개봉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을 원작으로 하는 실사 영화입니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뮬란이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여자임을 숨기고 전장에 뛰어들어, 타고난 용기와 지혜로 역경을 이겨내며 전사로 성장하는 액션 블록버스터죠.

해외에서 뮬란의 인기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한층 커진 스케일 등으로 해외 언론과 평단의 극찬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2020년 새롭게 재탄생한 뮬란은 시의적절하고 활기 넘치며 살아있다!"(RogerEbert.com, Christy Lemire), "디즈니의 가장 훌륭한 라이브 액션 영화 중 하나"(The Playlist, Rodrigo Perez) 등 액션에 대한 극찬은 물론이고요.

"숨 멎게 할 만큼 장엄하고 대단하다"(Decider, Anna Menta), "웃고, 울었다. 모든 순간이 다 좋았다. 소녀들이 반드시 봐야 할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짜릿하고 강력하다"(Mama’s Geeky, Tessa Smith), "모든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The Movie Minute, Joanna Langfield) 등 세상의 편견과 금기에 맞선 전사의 재탄생 등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는 얘기에 대한 호평도 나오고 있는데요.

6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에 따르면 4일 기준 뮬란의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81%를 넘어섰습니다. 앞서 개봉한 디즈니 라이브 영화 '미녀와 야수'(2017)의 71%, '알라딘'(2019)의 57%, '라이온킹'(2019)의 52%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점수죠.

'뮬란에 딱 맞는 캐스팅', 그러나 말이 씨가 돼서

영화 '뮬란'.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영화 '뮬란'.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이 작품의 주인공은 중국의 톱스타 류이페이(劉亦菲ㆍ유역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배우 송승헌의 전 연인으로도 알려져 있죠. 유역비는 중국계 미국배우로,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 영어와 중국어 모두 소화 가능합니다. 또 무용을 배웠기 때문에 액션에도 능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뮬란에 딱 맞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논란은 유역비의 말에서 비롯했습니다. 지난해 8월 뮬란 역을 맡은 유역비가 자신의 웨이보에 중국의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가 게시한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글을 공유한 것이죠. 또 중국어로 "이제 나를 때려눕힐 수 있을 거야"라면서 영어로 "홍콩은 정말 수치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나를 때려눕힐 수 있을 거야"라는 언급은 당시 홍콩 시위대가 중국 관영매체 취재진을 폭행한 사건을 저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6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당시 중국 취재진은 시위대와 갈등 중에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역비가 논란을 불러 일으킬 당시 홍콩에서는 민주화운동이 확산하고 있었죠.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로 시작해 반중(反中)ㆍ민주화 운동으로 번진 홍콩 시위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부터 중국은 홍콩 시위를 테러로 규정했고, 올해 5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국제사회가 해당 법은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 당시 약속한 '홍콩의 고도 자치'를 훼손한다고 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영화 제작자이자 전 디즈니 경영진 중 한사람인 제이슨 리드는 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죠. 5일 야후 뉴스에 "중국에 사는 배우에게는 매우 복잡한 상황일 것"이라며 "유역비를 지지한다"고 한 것이죠. 영화에서 텅 장군 역으로 나오는 견자단 역시 '영국의 식민지 지배 종식, 중국 반환 23주년 기념' 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했습니다.

'영화 보지 말기' 운동까지…태국 등 '밀크티동맹' 등장

조슈아 웡이 4일 트위터에서 영화 뮬란의 불매 운동을 촉구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조슈아 웡이 4일 트위터에서 영화 뮬란의 불매 운동을 촉구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에 홍콩 시민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BoycottMulan'(보이콧뮬란)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은 물론이고요. '#BanMulan'(뮬란 금지하라) 등도 퍼지고 있습니다.

홍콩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는 조슈아 웡(黃之鋒)은 디즈니가 자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뮬란을 첫 공개한 4일 트위터에 "디즈니가 베이징에 굽실거리고, 유역비는 공공연히 홍콩 경찰의 만행을 지지한다"며 "인권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뮬란 보이콧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MilkteaAlliance'(밀크티동맹)이라는 해시태그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태국ㆍ대만ㆍ홍콩에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음료인 밀크티에서 생각해 낸 이 동맹은 세 나라 청년들이 만든 온라인 연합체입니다. 반중 정서를 공유하는 이 동맹은 함께 민주화를 외치며 서로 응원하고 있죠. 태국의 학생 운동가 네티윗 초티팟파이잘은 3일 "중국 당국의 폭력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점을 디즈니와 중국 정부가 깨닫게 해야 한다"며 영화를 보지 말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싸우는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아그네스 차우가 진짜 뮬란"

홍콩 가수인 데니스 호가 지난달 12일 트위터에 '우리의 뮬란'이라는 글과 아그네스 차우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트위터 캡처

홍콩 가수인 데니스 호가 지난달 12일 트위터에 '우리의 뮬란'이라는 글과 아그네스 차우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트위터 캡처


그런데 'RealMulan'(진짜뮬란)이라는 해시태그는 왜 퍼지고 있는 걸까요? 바로 지난달 10일 홍콩보안법 상 '외국 세력과 결탁'한 혐의로 차우가 체포된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죠.

차우는 15세이던 2011년 조슈아 웡과 학생운동 단체 '학민사조'를 결성, 이듬해 홍콩 정부가 친중국적 내용의 국민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12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대 운동을 이끌었습니다. 19세이던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혁명 시위에 앞장섰습니다. 이후 네이선 로(羅冠聰), 조슈아 웡과 함께 데모시스토당을 창당, 홍콩 민주화운동을 주도했죠.

차우는 이튿날 보석으로 풀러나면서 "홍콩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누리꾼들이 "중국에 맞서 싸우는 차우가 진짜 뮬란"이라며 치켜세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 영화 뮬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미 3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보이콧 논란 여파로 미뤄진 개봉은 결국 미국 노동절 연휴인 4일(현지시간) 공개됐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극장 개봉 대신 디즈니플러스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가 최근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의 82%가 뮬란을 안 볼 거라고 응답했다고 해요. 국내에서도 언론시사회 없이 17일 개봉한다고 하네요.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가 안 보이는 보이콧 운동을 의식한 걸까요?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손성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