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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적장애인 여성 20명의 '친정엄마'로 불리는 정현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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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적장애인 여성 20명의 '친정엄마'로 불리는 정현숙씨...

입력
2020.09.07 17: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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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제18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지적장애인 생활시설 '동천의 집' 지원사업실장 정현숙씨. 서울시 제공

7일 제18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지적장애인 생활시설 '동천의 집' 지원사업실장 정현숙씨. 서울시 제공



“이제는 장애인들이 지금보다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지역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7일 ‘제18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에 선정된 정현숙씨(동천의 집 지원사업실장)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간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 복지상은 이웃사랑 실천으로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과 단체를 기리기 위해 2003년 제정된 상이다. 매년 복지종사자, 자원 봉사자, 복지 후원자 등 3개 부문에서 10명을 선정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는 시상식을 열지 않는 대신, 서울시에서 수상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상패를 전달할 방침이다.

대상을 받게 된 정씨는 서울 노원구 소재 지적장애인 생활시설인 ‘동천의 집’에서 1984년부터 일하며, 결혼해서 시설을 나간 3급 지적장애인 여성 20명의 ‘친정 엄마’ 역할을 도맡아 왔다. 그는 “이곳 입소자들은 지적장애를 우려한 부모가 이름도 짓지 않고 버린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동천의 집을 친정처럼 생각하고 고민ㆍ걱정을 쉽게 털어놓다보니 퇴소 이후에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게 됐다”고 말했다. 지적장애 3급은 지적 기능이 평균 이하지만 교육을 통한 사회적ㆍ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이다.

이들이 늘어놓는 고민ㆍ걱정이 다양한 만큼 ‘해결사’를 자임한 정씨도 바쁘다. 자녀가 아프다고 하면 해당 장애인이 일하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뒤 같이 병원에 데려가는 식이다. 지적장애인인 엄마에게 자녀가 아픈 이유와 약 복용방법도 따로 설명해준다. 장애인 가정 자녀의 학습 능력이 뒤떨어지지 않도록 주민센터에 연락해 학업 도우미 방문도 요청한다. 장애인 부부 아들의 시력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에 대형병원 안과수술을 지원하고, 안마자격증도 딸 수 있게 도와줬다.

올해 정년퇴직하는 정씨는 “이곳에서 자란 남녀가 결혼한 ‘1호 부부’가 노원구에서 작은 빌라를 샀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1호 부부는 사회복지법인 동천학원의 또 다른 기관인 사회적 기업 ‘동천’에서 모자 만드는 일을 하며 돈을 살뜰히 모았다. 그는 “3년 전 결혼한 동천의 집 2호 부부가 최근 ‘늦었지만 신혼여행도 가고 싶다’고 해서 여수로 여행 갈 수 있게 약간 지원을 해줬다"며 "여행을 마치고 시설에 찾아와 기뻐하며 사진 보여주는 모습에 친부모가 된 것처럼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체장애와 달리 지적장애는 일종의 발달장애이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려 해도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적장애인도 원만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좀 더 여유를 갖고 이들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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