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태풍 피해 복구에 동참을 호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서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일부분을 합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신문은 지난 6일 김 위원장이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ㆍ북도 지역 복구에 평양당원들의 자원을 당부하는 공개편지를 작성하는 장면과 완성된 편지를 사진으로 보도했다. 공개편지는 김 위원장이 직접 문장의 일부를 지우고 다시 쓴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상황의 절박성과 최고지도자의 진심을 당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직접 편지를 쓰고 있는 사진 속에서 보이는 편지(원본)와 실제 공개된 편지(완성본)는 맨 앞 호칭 부분이 서로 다르다. 편지를 직접 쓰고 있는 사진을 확대해 보면 김 위원장은 ‘수도의 당원동지들에게’라고 먼저 쓴 뒤 '수도'와 '의' 사이에 삽입 부호를 넣고 그 아래에 ‘평양 전체’를 추가했다. 그러나 완성된 편지에서는 고쳐쓴 흔적 없이 ‘수도 평양의 전체 당원동지들에게’라고 적혀 있다. 그 외의 내용은 줄을 긋고 수정한 흔적 등이 두 사진 모두 정확히 일치한다. 편지 사진을 공개하면서 호칭 부분만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등으로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이 호칭 부분만 다시 썼는지, 아니면 누군가 그 필체를 그대로 따라 쓴 후에 합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왜 '평양 전체'라는 표현을 뒤늦게 덧붙였고, 북 매체는 이를 왜 감추려 했을까. 북한에서 평양시민, 특히 김정은 체제의 핵심 지지층인 평양당원들은 그 자부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잇따른 태풍 피해로 흉흉해진 민심을 수습하는 데 이 핵심계층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절실했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고지도자라 할 지라도 이들을 부르는 호칭에서 '평양'을 누락했다가 추가한 사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같으면 주민 동원령 같은 '지시'로 해결했을 일을 '호소'라는 방식으로 풀어낸 공개서한 내용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친필 공개서한을 보낸 지 하루 만에 30만명 이상의 평양 당원들이 파견을 자원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각지에서 최고지도자의 호소에 화답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내보낸 데 이어 9일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파견단의 행진과 현지로 출발하는 장면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의 유례 없는 호소와 당원들의 적극적인 화답을 부각함으로써 북한은 태풍 피해라는 위기 상황을 김정은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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