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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먼저 오지 말라 해주세요"... 귀성 고민하는 젊은 부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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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먼저 오지 말라 해주세요"... 귀성 고민하는 젊은 부부들

입력
2020.09.09 18:00
수정
2020.09.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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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추석 연휴 이동 금지령을 내려달라'는 복수의 청원글 올라와 있다. 사진 속 게시물은 현재 5만 8,000여건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추석 연휴 이동 금지령을 내려달라'는 복수의 청원글 올라와 있다. 사진 속 게시물은 현재 5만 8,000여건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번 추석, 귀성을 해야 할까요? 가지 않는 게 맞지만, 도리상 어른들께 먼저 말씀 드리기 어려워 난감하네요.”

명절 때면 시댁의 큰집과 선영(先塋)이 있는 충남 보령시를 찾았던 직장인 한모(31)씨는 3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계획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갈팡질팡 중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100여명을 훌쩍 넘어서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전처럼 귀성을 해야 할 지 아니면 서울에 머물러야 할 지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씨는 “며느리 입장에서 시댁에 못 가겠다는 얘기를 먼저 꺼내기가 쉽지 않다"며 “남편과 더 상의해 봐야겠지만 차라리 정부에서 추석 이동 금지령이라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이번 추석의 대이동이 코로나19 재확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귀성 자제를 호소한 상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민들이 섭섭하시겠지만 일단 올해 추석에는 (과거 명절마다 면제됐던) 고속도로 이용료를 받는 쪽으로 할 것”이라며 "추석 때 이동을 최소화해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것이 경제 활성화와 일상 회복을 돕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총리 당부와 달리 자녀의 귀성을 종용하거나 은근히 바라는 일부 어른들로 인해 젊은 부부들의 고민은 크다. 여전히 명절 관련 집안 행사를 집안 어른들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젊은 부부들의 귀성 선택권이 제한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오자, 온라인 맘카페 등지에서는 추석 귀성 관련 고민글들이 하루에 수십개씩 올라 오고 있다.

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오자, 온라인 맘카페 등지에서는 추석 귀성 관련 고민글들이 하루에 수십개씩 올라 오고 있다.


특히 결혼 이후 첫 명절을 맞이한 신혼부부들은 걱정이 많다. 이번 추석 연휴는 결혼 후 처음으로 집안 어른들과 친지 등에 눈도장을 찍는 기회다. 올해 2월 결혼한 김모(33)씨는 최근 아버지로부터 ‘귀성 명령’을 통보받았다. 김씨 아버지는 6형제로 친족 대부분이 경남 통영시에 거주 중인데, 집안 어른들께 처음 드리는 인사니 부부가 모두 한복을 차려입고 오라는 말까지 들었다. 지방에 사는 김씨 아버지는 코로나19로 자영업마저 제한된 상태인 수도권의 엄중한 분위기를 체감하지 못한 것이다.

아이가 있는 부부들도 선뜻 귀성을 결심하기 어렵다. 21개월 아이를 키우는 박모(32)씨는 “많은 집안 어른들께서 손주 좀 보자며, 아이를 안아보실 텐데 손소독제를 준비해 가면 유난떤다는 소리를 들을까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네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우모(33)씨도 “불가피하게 귀성을 하더라도,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만큼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꼭 착용했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예 ‘정부에서 먼저 추석연휴 이동 금지령을 내려달라’는 청원이 여럿 올라와 있다. 그 중 한 청원은 9일 현재 5만 8,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코로나로 명절 활동을 자제하고 싶어도 집안에서 모임 참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ㆍ친지 회합 자제, 제사 연기 등 강력한 권고를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온라인 맘카페 등지에서도 하루 수십건씩 추석 귀성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라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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