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 주요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했다. 양측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홍콩 보안법 문제를 두고 설전을 주고받았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중국ㆍ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은 몇 십 년간 전력을 다해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의 발전을 막는 등 우리를 주적으로 삼아 중미관계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주권과 안전을 확고히 지킬 것이며 미국과 대화ㆍ소통을 통해 미국이 세계 다극화와 국제관계 민주화의 조류에 순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국무위원은 이어 아세안에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의 이행을 위한 행동준칙(COC)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2016년 필리핀의 국제상설중재재판 승소를 근거로 국제법(유엔해양법협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베트남ㆍ필리핀 등 일부 아세안 국가의 입장과는 다른 해법이다. 분쟁당사국 간 해결 방안은 미국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려는 중국의 셈법이다.
이어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선 미중 외교수장이 정면 충돌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18개국이 참여한 회의에서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과 민주화운동 학생 체포, 입법회 선거 연기 등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전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왕 국무위원은 "EAS는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장소가 아니며 타국의 정치제도를 공격하는 무대가 돼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인 만큼 다른 나라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며 남중국해를 군사화하는 건 미국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10일 열린 아세안과의 외교장관 회의에서 재차 반격에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아세안 회원국들을 괴롭히는 (중국) 국영기업들과 상거래를 재고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우정을 갖고 여러분을 도울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근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참여를 이유로 24개 중국 국영기업에 대해 단행한 제재에 적극 동참해달라는 뜻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은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발전을 유지하려는 아세안의 노력에 미국이 열성적으로 이바지하는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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