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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역할 해드리니 고향 오지 마세요"...완도군의 실험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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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역할 해드리니 고향 오지 마세요"...완도군의 실험은 성공할까

입력
2020.09.1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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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대상으로 영상 통화ㆍ명절 음식 등 서비스 제공
코로나19 확진 막기 위해? '귀향 참기 작전' 전격 실시

전남 완도군 곳곳에는 추석을 앞두고 '올해는 내려오지 말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완도군 제공

전남 완도군 곳곳에는 추석을 앞두고 '올해는 내려오지 말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완도군 제공


"아들, 며늘아~ 이번 추석 차례는 우리가 알아서 지내마. 내려올 생각 말고 영상 통화로 만나자."

명절하면 가장 먼저 서울역에서 한복 차림에 양손에 선물을 가득 들고 기차를 타는 풍경이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다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10월 1일)에 인구의 대이동으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까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전남 완도군이 전국에 나가 있는 30만 출향인을 향해 이번 추석에 고향 방문을 참아 달라며 '자식 노릇 대신하기' 프로젝트에 나섰다.

명절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흩어져 사는 가족이 모여 얼굴을 맞대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평소 못다한 얘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완도군은 고향 밖에 있는 출향인들에게 방문을 자제해 달라며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 벌초 대행ㆍ안부 영상 통화ㆍ명절 음식 마련 등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4만원만 계좌 이체하면 벌초 걱정 끝"

전남 완도군이 고향 밖에 사는 출향인들을 벌초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벌초 업체를 소개하고 비용의 40%도 지원하기로 했다. 완도군 제공

전남 완도군이 고향 밖에 사는 출향인들을 벌초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벌초 업체를 소개하고 비용의 40%도 지원하기로 했다. 완도군 제공

고향 떠나 있는 자식들이 명절을 앞두고 가장 신경쓰이는 것 중 하나가 벌초다. 특히 이번 추석은 역대급인 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그 어느 때보다 벌초가 필요하다.

이에 완도군은 '벌초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군과 산림조합이 협약을 맺고 고향에 묘지를 관리할 수 있는 지역 연고자가 없거나, 고향을 찾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기존에는 벌초 업체에 묘지 1기당 6만원을 냈지만, 이번에는 군이 대행료의 40%(2만원)를 지원해 4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출향인이 산림조합에 계좌이체를 하면 된다.

군 관계자는 1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7일부터 접수를 시작해 사흘 만에 군내 묘지 600기 중 절반(300기)이 넘는 묘지에 대한 서비스 신청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외딴 섬은 농협에서 대행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손주들 얼굴 실컷 보게 해드릴게요"

전남 완도군 공무원이 어르신 댁에 직접 찾아가 타자에 있는 가족과 영상 통화를 돕고 있다. 완도군 제공

전남 완도군 공무원이 어르신 댁에 직접 찾아가 타자에 있는 가족과 영상 통화를 돕고 있다. 완도군 제공

고향집 어르신들이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늘 보고 싶은 자식과 손주를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얼굴 보기가 어려워지면서 어르신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을 터.

완도군은 공무원이 직접 어르신의 집을 찾아가 자식, 손주들과 영상 통화를 할 수 있게 돕기로 했다. 추석 전까지 담당자가 핸드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의 휴대폰 혹은 직원의 휴대폰을 사용해 타지에 있는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혹시 영상 통화가 안되면 안부 동영상을 따로 찍어 자식이나 손주에게 전송해 주는 방법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서비스를 원하면 각 마을 이장이나 읍면사무소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명절 음식 잘 준비해 직접 배달해 드려요"

2011년 안국동 조계종 전법회관에서 열린 불교식 명절 차례 시연식. 술 대신 차를 올린 제사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1년 안국동 조계종 전법회관에서 열린 불교식 명절 차례 시연식. 술 대신 차를 올린 제사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족들이 오지 않으면 차례 음식 장만도 또 다른 걱정 거리다. 완도군은 직접 차례상 음식을 만들어 추석 전날 혼자 사는 어르신과 취약 계층 주민 등 700명의 집으로 배달하기로 했다. 2015년 세워진 완도군행복복지재단 직원들이 송편, 전 3가지, 나물 2가지, 과일 등 총 7가지 음식을 정성을 다해 준비할 예정이다.

또 하나 완도군은 출향인들이 대목인 추석에 고향을 찾지 않아 지역 경제가 지장을 받을 지 모른다는 우려에 군 특산품 쇼핑몰에 명절 기획관을 만들고, 16일부터 추석맞이 온라인 할인 이벤트를 실시한다. 김ㆍ미역ㆍ다시마 등이 들어있는 수산물 꾸러미 세트는 최대 11%까지 할인한다.


신우철 군수 "어르신들 섭섭해 하지 않고 받아들이시는 분위기"

전남 완도군 공무원들이 추석 귀성ㆍ역귀성 자제 현수막을 들고 있다. 완도군 제공

전남 완도군 공무원들이 추석 귀성ㆍ역귀성 자제 현수막을 들고 있다. 완도군 제공


사실 인구 5만 명의 완도군은 코로나19 '청정지역'이었다. 심지어 해외 여행이 막히면서 지난해 대비 130% 증가할 만큼 많은 관광객이 몰렸음에도 지난달 27일까지 확진자는 없었다.

하지만 군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군은 비상이 걸렸다. 어르신들이 많고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자칫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걱정에 신우철 완도군수는 '이동 멈춤' 운동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명절에 자식ㆍ손주들을 오지 말라고 하니 어르신들은 섭섭해할 법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신우철 군수는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취지를 말씀드리고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다라고 설명드리니 (어르신들이) 다 인정하시고 '오히려 안 오는 게 좋겠다'고 (자녀들에게) 영상 통화로 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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