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코로나 이후 64% 상승
동학개미, 지수하락 총력 방어
외인+기관 투매 이달에도 지속
1,457.64가 2396.99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약 6개월. 연중 최저였던 3월1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코스피는 64% 상승했다. 세계 20개국 증시 가운데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침없는 상승률의 배경엔 갈 곳 잃은 유동성(현금)을 방패삼아 증시로 진격한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코스피가 지난 달 11일 2,400선을 회복한 후 횡보를 거듭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모두 동반 매도로 돌아선 상태. 오로지 개인들만 '3천피(코스피 3,000선)', '5천피(코스피 5,000선)'를 꿈꾸며 한달 째 지수를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한 번 더 상승탄력을 받으려면, 외국인들의 복귀가 필수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저점 이후 64.42% 상승... 나스닥도 추월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종가 기준 G20 국가의 대표 증시 지수를 연중 저점과 비교했을 때 코스피는 64.42% 상승해 아르헨티나(107.5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세계증시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미국(S&P500)의 상승률(49.32%)보다도 1.3배 높고 일본(41.40%)과 비교해도 1.5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연일 사상최고가를 기록해오다 최근 주춤한 미국 나스닥(58.2%)도 코스피 상승률에는 못 미친다.
일등 공신은 개인투자자다. 제로금리 상황서 돈을 굴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역대급' 현금이 증시로 쏠린 결과다. 개미들은 실제로 지난 3월 19일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에서만 25조7,591억원을 쓸어 담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약 15조원, 12조원씩을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개미들이 코스피가 하락 마감한 날 27조4,85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추가 하락을 '총력 방어'한 점이다. 3월 19일 이후 코스피가 하락 마감한 날이 총 42거래일인데, 이 중 개인이 순매도한 날은 단 2거래일(5월 28일, 8월 18일)에 그친다. 국내증시의 추락을 눈 뜨고 당하지 않겠다는 동학개미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3천피 먼 얘기... 외인 언제 들어오나
외인과 기관의 물량 폭탄을 나홀로 방어하는 개미들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이달에도 개인들은 외국인(-9,096억원)과 기관(-2조5,827억원)이 내던진 물량 3조3,800억원어치를 고스란히 떠안고 간신히 지수를 지탱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외인과 기관 합작 매도세가 계속되는 한 3천피는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불만들이 속출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최근 삼성전자의 잇따른 수주 발표 및 미중 갈등 속 반도체주 반사이익 기대감 등이 촉발시킨 국내 반도체 업종의 호재 및 코로나19 확산 제어 등을 미뤄볼 때 외국인 수급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발 기술주 조정에도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도 매수세 유입을 점치게 하는 요소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외국인 수급 개선, 원화 강세 여부에 주목해 차주 국내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나스닥 대형주 지수 변동성이 잦아들지 않아 성장주의 공격적인 추가 매수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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