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산불은 민주 주지사 관리부실 탓"?
바이든 "기후방화범에게 더 맡길 수 없어"
입장 차 뚜렷한 환경공약... 판세 영향 주목
미국 서부를 집어 삼킨 대형 산불의 불길이 11월 대선 레이스로 옮겨 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주지사들의 부실한 산림관리를 탓하자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즉각 그에게 ‘기후 방화범’ 딱지를 붙이며 역공에 나섰다. 이번 대선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기후변화 등 환경 이슈가 갑자기 쟁점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환경은 다른 어떤 의제보다 두 대선 후보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부실 관리 VS 기후 방화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州) 산불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기후위기는 허구’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나무가 쓰러지면 곧바로 성냥처럼 건조해져 폭발할 수 있다”면서 “산림이 우거진 국가에도 폭발성 있는 나무가 많지만 산불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주정부의 관리 부실이 역대급 산불을 불렀다는 것이다. 현재 산불 피해가 큰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등 3개주는 주지사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그는 주지사와 직접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기후위기를 강조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앞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제 시원해질 것이다. 지켜봐라. 과학이 실제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말 허리케인이 강타한 루이지애나주 방문 때에도 그는 폭풍이 기후위기로 인해 잦아지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누가 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이 지역의 가장 큰 폭풍은 1800년대에 있었다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애써 무시했다.
바이든 후보는 즉각 반격했다. 그는 이날 델라웨어주 현장 연설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만약 여러분이 기후 방화범에게 4년 더 백악관을 내준다면 미국에 얼마나 더 많은 산불이 발생하겠느냐”며 “또 얼마나 많은 교외 지역이 불타고, 물에 잠기고, 강력한 폭풍에 날아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선의 판세를 좌우할 도시 주변 교외 유권자의 안정희구 심리를 건드린 발언이었다.
산불 원인은 복합적이나 올해처럼 전례 없는 대규모 화재로 번진 것은 기후위기 탓이라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대기 속에서 역대 네 번째로 무더운 여름을 지낸 점을 산불 배경으로 설명했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최근 학술지 네이처를 인용해 “심각한 지구온난화가 북극 해빙의 감소와 눈 대신 비가 오는 변화를 야기했고,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예측도 어렵다”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극과 극 환경정책, 파급력은 '글쎄'
두 후보의 모든 대선 공약 중 환경정책은 가장 양극단에 있다. 기후위기란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는 재임 기간 밖으론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고, 안으론 70개가 넘는 환경 규제를 철폐했다. 급기야 지난 13일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가 지원하는 대다수 기후연구를 담당하는 NOAA 수장에 지구온난화 회의론자인 데이비드 레가테스 델라웨어대 교수를 낙점했다.
바이든의 생각은 트럼프와 정반대다. 친환경 인프라와 일자리에 10년에 걸쳐 1조7,000억달러(2,007조7,000억원)의 예산을 쓰겠다는 당초 구상을 더욱 확대해 4년간 2조달러(2,362조원)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2035년까지 전기자동차 충전소 50만개 건설, 에너지 고효율 150만가구 신축 등 진보적인 환경정책 일색이다.
다만 산불 후폭풍이 대선판을 얼마만큼 휘저을지는 미지수다. CNN방송은 “화재를 둘러싼 정치적 싸움은 이번 주까지만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며 열기가 금세 수그러들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의 반(反)환경적 행보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닌 만큼 지지층의 균열을 가져올 ‘결정적 한방’이 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영국 BBC방송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보건이나 경제보다 환경은 확실히 관심을 덜 받는 의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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