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사건에 소급적용할 수 없는 게 원칙이나
재판부 재량에 따라 박사방 양형에 참고할 수도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 제작 범죄에 최대 29년 3월의 실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하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이 확정됐다. 이번 양형기준안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ㆍ유포한 조주빈(25) 일당의 양형에 참고자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제104차 전체회의를 개최해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양형위 관계자는 “디지털 기기 또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성착취물의 복제가 쉬워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완전한 피해 회복이 어려운 점,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범죄발생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에 포함된 법 조항은 다섯 가지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허위영상물(딥페이크) 등의 반포 등 범죄 △촬영물 이용 협박ㆍ강요 범죄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양형위는 디지털 성범죄 전반에 관해 피해자의 생명ㆍ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특별가중인자로 반영, 형량을 대폭 높일 것을 권고했다. 특히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경우, 상습범이거나 죄질 나쁜 범죄를 두 건 이상 저질렀다면 최대 29년 3월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은 구입만 해도 6년 9월형까지 받을 수 있게 했다.
양형 고려 요소(양형인자)도 피해자에 초점을 맞춰 개선했다. 먼저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과 ‘형사처벌 전력 없음’은 양형에 제한적으로만 반영토록 했다. 처벌불원은 특별감경인자가 아닌 일반감경인자로 비중을 줄였고, 불특정ㆍ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하거나 상당기간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감경요소로 고려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아울러 성착취물을 유포하기 전 폐기했거나 상당기간 자발적으로 회수한 경우 특별감경인자로 반영해, 성범죄자들이 자발적으로 피해 회복 노력을 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피해자와 무관한 양형요소로 지목된 '상당 금액 공탁'은 5가지 디지털 성범죄에서 모두 제외하도록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양형기준안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박사방 일당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형기준은 효력이 발생한 이후 공소제기된 범죄에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발효 전 양형기준을 참고자료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즉,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박사방 일당 양형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은 관계기관 의견조회,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12월 최종 의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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