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원하는 학생 상당수" "학생들 행간 읽어달라"
의대 학장단이 학생들 의견 수렴해 정부와 소통할 듯
정부는 "응시 하겠다는 의사 아직 없다" 입장 불변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국시) 거부’를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시험 응시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의대생들과 긴밀히 소통해 온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거부 중단이 곧 응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응시를 희망하는 학생들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의대 학장들은 학교별로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정부와 국시 재응시 관련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대교수협회장 “국시 거부 중단의 행간 읽어야”
권성택 전의교협 회장은 1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시를 보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라며 “학생들은 정부에 응시 의사를 표명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본과 4학년들의 국시 거부를 이끌었던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전날 성명문을 내 “모든 단체행동을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시 응시 여부는 성명문에 담지 않았고, 조승현 의대협 회장 역시 “정부에 시험을 보게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권 회장은 “의ㆍ정 합의문을 작성할 때 정부ㆍ여당 측에서 ‘재검토’란 단어를 쓰면 의료 정책이 잘못됐다는 게 전제된다며 ‘재논의’라는 단어를 주장했고, 결국 합의문에 ‘재논의’라고 썼다”며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단어가 있는 것처럼 학생들 역시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 ‘국시 거부 중단’이라는 말의 행간을 읽으면 시험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교수와 학생들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의대 교수들로 구성된 전의교협은 이번 의료계 집단행동을 지지했으며 의대생들과 긴밀해 소통해왔다. 또 집단행동에 참여했던 의대생들을 위해 정부가 추가시험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전날 의대협은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 발족으로 목표를 달성했다며 단체행동을 중단했는데, 이 기구의 양대축이 전의교협과 의대생이다. 권 교수는 “분명한 건 학생들이 (국시 거부 중단을 통해) 국시 응시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들 “응시 원하는 학생 상당수”
실제로 내년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 중 시험 응시를 원하는 학생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행동이 종결된 상황에서 국시를 치르지 못하면 1년 유급을 해 내년에 인턴으로 취업할 수도 없다. 수도권의 한 의대 교수는 “학생들이 ‘시험 보겠다’고 했는데 정부에서 ‘안 된다’고 하면 지금까지 투쟁의 결과물이 희석되고 명분도 사라지니까 국시 거부 중단’이라는 표현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시험 응시를 원했지만 단체행동 때문에 응시 안 했던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며 “정부가 하루 정도 응시 신청 기회를 주면 많은 학생이 신청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4학년들의 응시 의사는 전국 40개 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학장들이 취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찬수 서울대 의대 학장은 “현재 40개 의대 학장들이 학생 개별 면담이나 학생대표를 통해서 학생들의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학장단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정부와 국시 추가시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신 학장은 “추석 연휴 전까지는 추가 시험 시행 여부가 정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 시험을 검토하기 어렵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국시 거부 중단 선언을 의대생들이 시험을 치겠다는 의미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대변인은 “현재로선 의대생들의 응시 의사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 시험을 검토할 필요성이 낮다”며 “의대생들이 명확하게 응시 의사를 표시하고 국민적인 양해가 있다면 그때 추가 시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그럼에도 의료 현장 혼란을 줄이려면 응시 기회를 한 번 더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광웅 서울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집단행동이 모두 마무리된 상황에서 양측이 자존심 때문에 국시 문제를 풀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국시 재응시가 형평성, 공정성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 등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하지만 국시를 못 쳐 내년 의사 수가 줄어들면 공중보건의가 부족해지고 지역 병원에 인턴이 없어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국민들이 배려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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