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명제는 종말을 맞을 것이다.”
저명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류 삶의 규칙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며 이 같이 경고했다. ‘미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이 소장은 2006년 구글이 선정한 현존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다. IBM에서 근무하다 1997년 기술ㆍ일자리ㆍ사회정책 등 다방면 분야를 다루는 미래학 싱크탱크 다빈치연구소를 설립, 미래 연구를 본격화 했다. 일흔 여섯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를 17일 이메일로 만났다.
프레이 소장은 “인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개인의 파편화ㆍ보수화가 가속화하고, 기존 성공 공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고, 탈세계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불평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단, 지금을 황금 같은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블루’에 젖어 있거나, 이번 사태가 종식되기만을 앉아서 기다려선 안 된다는 말로 들린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두려움이다. 보이지 않고 알 수도 없는,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코로나19 이후 인류 사회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지고 사회적 교류마저 위협적인 일이 돼 버렸기 때문에 인류는 ‘고립의 길’을 향해 빠르게 달려갈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사회적 동물의 퇴보’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중에도 여전히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만지는 것에 대한 엄청난 공포가 인류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접촉 공포증’은 향후 여러 방식으로 발현될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탈세계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지역ㆍ민족주의가 부상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부품을 조달해왔지만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이를 줄이기 위해 지역ㆍ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사람을 만나는 게 위험한 일이 돼버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인류의 사고에 어떤 영향을 줄까.
“전염병은 낯선 사람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를 갖게 할 것이다. ‘안전해야 한다’는 인식 중심으로 사고방식이 바뀌면서 윤리적 판단은 지금보다 더 경직되고, 종교적ㆍ성적 태도는 더욱 보수화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 통념에서 벗어나는 ‘표준 밖 태도’ 역시 경계하게 될 것이다. 예술인 등 비교적 사고가 자유로운 개인에 대한 호감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
-재택근무가 급속 확산하고 있다. 산업구조는 어떻게 변할까.
“재택근무는 더 흔해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시대의 사업 성공담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선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기존에 크게 주목받은 공유경제만 해도 꺼려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적인 측면에선 지금 사태를 우리가 알고 있는 사업의 끝이자, 다른 사업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주목해야 하는가.
“비대면 산업에선 배달로봇과 인터넷 강의와 같은 e러닝, 가상현실(VR)과 같은 신흥 산업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디지털 결제와 온라인 식료품점, 인터넷 열린장터(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유령주방(가정용 배달음식만 만드는 시설)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시킨 기존 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레이 소장은 미국 내 0.1% 지능지수(IQ)를 가진 ‘트리플 나인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책을 읽거나 공상을 하는 것 외엔 시간을 다르게 보낼 방법이 없었던 그는 세계적 IT 기업 IBM에서 15년간 엔지니어 생활을 거친 '기술 전문가'다.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인류의 생활의 변화를 예상해본다면.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살고 싶어 할 것이다. ‘직주근접’의 도시에서 살 필요가 없어져 도심 부동산 가격은 조정될 수 있다. 출퇴근, 출장 등이 줄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도 있지만 사람들은 늘어난 여유만큼 밖으로 나가려 할 것이다. 재택근무는 우리의 여행과 운전시간을 늘릴 가능성이 있고,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재택근무 확산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성이 가장 큰 쟁점이다. 사무실 근무보다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회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35~40% 더 생산적이라는 최신 연구결과도 있다. 운영비까지 줄일 수 있어 기업 역시 더욱 효율적으로 굴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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