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6개월] 구글도 업무 효율성 저하 문제 고민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에겐 '오를 수 없는 나무'처럼 여겨졌던 게 재택근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는 좋든 싫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온갖 시행착오에 혼란도 만만찮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특히 구글은 오래 전부터 원격근무나 재택근무가 일상이었다. 세계 50개국 150곳 이상의 사무실에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20만명 직원들끼리 협업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와 시차가 다른 세계 각국의 직원들이 회의를 하기 위해선 새벽이나 밤 늦은 시간대의 재택근무는 필수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재택근무를 정착시키고 있는 걸까. 우왕좌왕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노하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구글의 업무 방식 개선을 위한 연구 조직인 '피플 이노베이션 랩(PiLab)'은 지난 3월 재택근무 및 원격근무와 관련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가 가장 먼저 권장한 내용은 의외로 '직원들끼리 친밀감 쌓기'였다. 직원들의 대면 접촉이 많지 않은 만큼 친밀도가 떨어지는 건 불가피한데, 직원들이 안건에 대해 바로 논의를 시작하기 보다는 일상적인 수다를 통해 친밀감과 유대감을 먼저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구글에선 행아웃(구글의 화상회의 플랫폼)을 켜놓고 함께 점심식사를 하거나, '온라인 티타임' 등을 자주 진행한다고 한다. 민혜경 구글코리아 피플파트너총괄은 지난 3월 진행된 간담회에서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 상태로 근무할 때는 특히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팀별로 원격근무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자리를 비우거나 이동해도 되는 상황'이나 '업무 외 시간에 회의에 참여해도 되거나 참여하면 안 되는 경우'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부분은 명확히 기준을 설정해주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며 "재택근무에도 적절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택근무에 돌입한 국내 기업 직원들이 "점심시간이라도 바로 메시지에 대답해야 할 것 같고, 퇴근시간 후에도 자연스럽게 잔업을 하게 된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글은 코로나19란 특수한 상황으로 재택근무가 더 늘어나자 직원들의 복지도 늘렸다. 아이나 부모님 등을 돌보기 위해 하루나 반나절의 휴가가 필요한 직원들을 위해 기존의 돌봄휴가 정책을 6주에서 14주로 확대했다. 재택근무에 필요한 기기 구입 비용으로 직원 당 최대 1,000달러(약 116만원)의 지원 방안도 내놨다. 원하는 직원들은 내년 6월 말까지 재택근무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구글이라고 재택근무가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아무래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기존보다 효율성이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여전히 고민이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처음엔 (재택근무로도) 잘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처음 겪는 상황들을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전에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팀들이 (온라인에)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경우 얼마나 생산적인지 등을 조사·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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