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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 몰래 대마초 피운 사람들이 국민연금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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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 몰래 대마초 피운 사람들이 국민연금 굴렸다

입력
2020.09.18 15:44
수정
2020.09.18 18: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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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본부 직원 4명 마약 투약 혐의 조사
SNS 통해 대마 구입... 국과수 2명 양성 판정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에서 검거 중 확보한 밀수입 대마. 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에서 검거 중 확보한 밀수입 대마. 경찰청 제공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 4명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5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영하는 기관 직원의 일탈이어서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경찰청은 18일 대마초를 피운 국민연금 소속의 대체투자담당 책임 운용역 A씨와 전임 운용역 B씨 등 4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6월 전북 전주 소재 C씨의 집에서 대마초를 피웠다. 대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마약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의 대마초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모발 검사를 의뢰한 결과, 2명이 '양성'으로 판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4명 중 2명의 소변과 모발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투약량과 정확한 횟수 등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이들의 소변 검사 과정에서 일부 '양성' 을 확인했지만, 명확한 증거 확보를 위해 국과수에 검사를 의뢰했다.

피의자 중에는 미국 유학생활 중 대마초를 접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사실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대마초 흡입 시기가 불분명하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성분 분석 검사결과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마초 사건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 수백조원을 운용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피의자들이 소속된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의 노후 자금을 불리는 역할을 한다. 국민이 낸 연금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 사모투자, 부동산, 인프라 등 비금융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운용자금 규모가 75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이다.

직원들은 금융ㆍ투자 전문가들로, 주로 국내외 증권사, 투자은행(IB)에서 스카우트된다. 이번에 대마초 흡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운용역 4명도 증권사 출신들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국민연금 직원이 사법당국 수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대마초 흡연 사실은 국민연금 감사실에서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 대한 경찰 고발도 감사실이 주도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세한 적발 사항 등은 공개할 순 없지만 지난 7월 적발해 곧바로 고발 조치했다”며 “관련 절차를 거쳐 이달 9일자로 모두 해임했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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