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에 이재명이 나오는 게 우리 입장에선 제일 까다롭다.”
정의당 소속의 한 인사는 18일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정체성에 어울리는 선명한 개혁성을 무기로 21대 국회는 물론 2022년 대선까지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지사 역시 더불어민주당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진보색채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달말 새로운 당 대표 선출로 도약을 노리는 정의당 입장에서 차별화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당장 정의당이 처한 현실을 보면 이 지사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인구 1,300만의 광역자치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 지사는 개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창구다. 이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주자 입지를 굳혀갈수록 각종 법안 입김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원내 6석 소수정당인 정의당 입장에서는 '코드'가 맞는 이 지사가 매력적인 카드다. 실제 최근 정의당이 이 지사의 정책 실험에 박수를 보내는 모습도 적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7월 22일 이 지사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단기직일수록 더 많은 임금을 주겠다"고 선언하자, 이튿날 정의당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환영 논평을 냈다.
이처럼 '가까이 하기엔 먼 이재명'은 요새 정의당 대표 선거의 화두로도 떠올랐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배진교 의원이 18일 경기도청에서 이 지사를 만나 '코로나 임대료 제한법' 등 개혁안에 경기도가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 게 도화선이 됐다. 김종철 전 대변인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잘못하면 이재명 2중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고, 배 의원은 "우리당이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메시지화 해도 그것을 실현하는 건 정치의 힘"이라고 맞받았다. 결국 이 지사와 연결해 민주당을 개혁 파트너로 볼 것인지, 개혁 대상으로 삼을 건지 쟁점화된 것이다.
이 지사와의 관계 정립을 계기로 정의당이 진보정당 외연 확장을 위한 '제3의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는 올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 논란이나,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도 연결된다. 정의당에선 박 전 시장이나, 조 전 장관, 현 정부에 대해서 소극적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대거 지지를 철회하거나 탈당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 조문을 거부한 류호정ㆍ장혜영 의원의 대응이 탈이념적 성향이 강한 20대에게 정의당의 존재를 각인시켰다는 분석도 있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진보 유권자는 진보정당의 전통적 지지층이지만, 정의당이 이들을 두고 민주당과 경쟁을 벌이는 게 쉽지 않다"며 "오히려 확장성을 따진다면 '탈진영 탈이념' 성향의 20대, 30대 초반이 정의당의 타겟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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