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제2의 테슬라 vs 역대급 사기…니콜라 보고서 살펴보니

알림

제2의 테슬라 vs 역대급 사기…니콜라 보고서 살펴보니

입력
2020.09.22 06:00
수정
2020.09.22 09:02
N면
0 0

美 수소전기차 기업 니콜라 승승장구
제품 생산 전 상장 대박... GM도 투자
"사기" 주장 보고서 논란에 창업주 사임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 니콜라 페이스북 캡처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 니콜라 페이스북 캡처

트럭 회사인데 트럭을 단 한 대도 출시한 적이 없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130억달러(약 15조1,200억원)에 달하고 창업자는 상장 3개월여만에 전 세계 부자 순위 188위로 올라섰다. '제2의 테슬라'로 각광받던 미국 수소전기차 기업 '니콜라'의 얘기다.

승승장구하던 니콜라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 10일(현지시간) 한 공매도업체가 내놓은 보고서 때문이었다.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밝힌 사업 계획이 모두 거짓이라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니콜라가 정면으로 반박했고 미 증권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도 시작됐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보고서 발간 열흘 만인 20일 밀턴은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거짓 공격을 막아내고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제2의 테슬라' 주목... 상장 일주일만에 포드 앞질러

니콜라는 수익 없이도 주식시장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린 이례적 기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술 상태가 어떻든지 니콜라와 같이 급부상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고 평했다. 밀턴은 2014년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로 운행하는 탄소 무배출 세미트럭을 생산할 계획으로 니콜라를 설립했다. 테슬라의 길을 따라가려는 야망을 보여주듯 회사 이름도 동일한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를 본떠 지었다.

니콜라는 상장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 6월 4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투자회사 벡토아이큐(IQ)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한 후 일주일 만에 니콜라는 300억달러(약 34조9,000억원)의 기업가치로 포드 자동차를 앞질렀다. 이달 초 제너럴모터스(GM)의 투자 결정 소식이 주가 급등을 견인했다. GM이 20억달러(약 2조3,200억원)를 투자해 니콜라의 지분 11%를 인수하고 전기차 및 수소연료전지 트럭 '배저'를 2022년 말부터 생산한다는 소식에 니콜라 주가는 하루 새 40% 가까이 폭등했다.

실제 시장의 전기트럭 수요는 상당하다. NYT는 "전 세계 도시들이 경유차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기업들 사이에서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전기 상용차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소전기차 기업 니콜라가 처음 선보인 트럭 '니콜라원'. 니콜라 홈페이지 캡처

미국 수소전기차 기업 니콜라가 처음 선보인 트럭 '니콜라원'. 니콜라 홈페이지 캡처


주가 폭등 직후 터진 힌덴버그의 '니콜라 보고서'

니콜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의심으로 바꾼 것은 공매도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였다. 제목부터 '니콜라: 수많은 거짓말로 미국의 가장 큰 완성차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법'이었다. 힌덴버그는 보고서에서 밀턴이 투자자와 고객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수소전기차 생산도 없고 공개한 시범운행 차량도 거짓이라고 했다. 보고서 발간 직후 니콜라 주가는 40% 급락했다.

해당 보고서는 2018년 공개한 고속도로 주행 영상에서 운행이 불가능한 트럭을 언덕 꼭대기로 견인한 후 내려가는 모습을 촬영해 트럭이 움직이는 것처럼 연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2016년 밀턴이 수소전기 트럭 '니콜라원'을 공개하면서 "완전히 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힌덴버그는 또 "니콜라가 외부 부품을 조달하면서도 독자 (부품 제작) 기술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비난했다. 시제품과 시승차량에 사용된 외부 부품의 브랜드 표시 등을 가린 것도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의도적 조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니콜라는 "영상 속 트럭이 자체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 홍보한 적이 없고 당시 투자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 특정 부분을 제거한 것일 뿐" 등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오히려 밀턴은 "니콜라의 주가 하락을 유도한 후 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이라고 힌덴버그를 저격했다. 여기에 "니콜라와 계약을 맺기 전 '적절한 실사'를 실시했다"는 GM 측 입장도 니콜라의 반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측 공방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블룸버그는 "유럽의 배터리 전기 대형 설비, 미국의 연료전지 세미트럭, GM이 생산할 전기 픽업트럭까지 이어지는 니콜라의 사업 추진에 대한 밀턴의 발언들은 다소 모호하고 막연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복잡한 메시지가 투자자들의 혼란을 더 부추긴다는 진단이다.

진달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