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데이서 일론 머스크 비전 밝혀?
작년 인수한 '맥스웰' 기술로 생산성 7배↑
에너지 용량 5배 큰 '4680' 배터리 공개
"획기적 기술 혁신 없어" 주가는 폭락
"현재 우리 차는 저렴한 가격대가 없다. 3년 내에 내연기관차보다 싼 전기차를 선보이겠다."
테슬라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세간에서 기대했던 배터리 기술 혁신 보단 생산 단가 인하를 통한 전기차의 대중화 노선으로 들어서겠다고 공언했다. 2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한 청사진은 그랬다. 고가의 전기차 가격에서 거품을 뺀 보급형 모델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그는 또 "2만5,000달러(약2,900만원)짜리 전기차를 내놓겠다"며 구체적인 가격대까지 공개했다. 기존 테슬라의 보급형 차종인 '모델3'가 5,000만~7,0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로 전기차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전기차 보급 확산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2024년부터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를 1년 이상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가격 인하는 결국 배터리 생산단가를 낮춰야 가능한 일. 그는 이날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한 2가지 전략도 공개했다.
첫 번째는 배터리 생산 공정의 변화다. 그는 "기존 배터리의 작동 방식은 땅을 파고 메꾼 뒤 다시 파는 것과 같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 뒤 "드라이코팅 기술로 생산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10%로 줄이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7배 높이겠다"고 말했다. 기존 배터리는 액체 상태인 용매를 필름에 채워 굳히는 방식으로 제작됐지만, 테슬라가 지난해 인수한 '맥스웰'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적용된 '드라이코팅' 기술을 활용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테슬라에서 자체 개발한 고성능 저비용 배터리를 적용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이날 그는 기존의 '18650',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대신할 '4680' 배터리를 공개했다. 그는 이 배터리(지름 46mm, 높이 80mm)의 경우 기존 배터리에 비해 2배 이상 크지만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주행거리는 16% 늘어나면서도 14%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배터리는 너무 작고 비싸다"며 "(4680 배터리로) 18개월 뒤 자동차용 배터리 가격을 56%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2030년 이전에 3테라와트시(TWh)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배터리 양산 계획도 밝혔다. 현재 2022년까지 10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을 구상 중인 테슬라는 2030년 배터리 생산량을 3TWh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가 믿는 구석은 기존의 '기가팩토리'보다 생산 능력을 키운 '테라팩토리'에 있다. 그는 "기가팩토리보다 작은 규모의 테라팩토리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테슬라가 이번 배터리데이를 통해 꿈의 배터리 기술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진일보된 성과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100만 마일 배터리 등 혁신 기술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가격을 낮추는 데 필요한 3년이란 시간 또한 불만족스러웠다. 이날 행사 전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5.6% 하락한 주당 424.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또 배터리데이와 함께 시작된 시간 외 거래에서는 6.84% 추가 하락했다.
외신들의 반응도 차가웠다. AP통신은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신기술이 큰 도약을 뜻하기를 원했다”면서도 “머스크 CEO가 공개한 새 배터리 개발 계획은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머스크는 값싸고 대중적인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만 제시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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