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훈 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봉사단체 중심 민간 구호 매뉴얼 수립해야"
"산불 같은 재난 현장에 가보면 직접 목숨을 구하는 구급ㆍ구명 현장과 대피소를 설치하고 생필품을 지급하는 구호 현장으로 나뉘죠. 감염병도 재난입니다. 이번 'K-방역'은 구급과 구명은 훌륭하지만, 구호하는 돌봄의 영역은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습니다."
김동훈 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재난 현장에서 국제구호사업을 펼쳐온 전문가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부터 2004년 스리랑카 쓰나미(지진해일), 2013년 필리핀 태풍, 2015년 네팔 대지진 등을 거쳤다. 현역으로 뛰는 구호 활동을 마무리한 뒤 한국형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꿈을 품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맞닥뜨린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이었다.
그는 재난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등에 필요한 민간 차원의 감염병 구호활동 자문을 맡게 되면서 K-방역 현주소를 들여다보게 됐다.
격리자를 위한 도시락 배달, 선별진료소 설치 등 현장 구호 활동은 지방자치단체와 봉사단체의 연계로 진행돼야 하는데, 코로나19 초기 제대로 된 지침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그는 떠올렸다. 김 대표는 "심각 단계로 갔다면 '방역 당국이 커버하기 어려운 취약 지점 발굴 및 감염 예방에 구호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등 수칙을 정하는 매뉴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되 사람 간 거리가 멀어지면 생계가 힘들어지는 계층을 포용하는 재난 대책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 정부 수칙을 영어로 설명한 영상을 만들거나 화훼농가, 급식업체 등 위기에 빠진 곳들의 물건을 모아 '힐링키트'로 제작ㆍ배포하는 등 가장 안전한 방식의 대면을 공부하면서 자원봉사로 할 수 있는 구호 활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감염병 대응 자원봉사 매뉴얼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는 다시 원래 계획대로 한국형 방재 시스템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다. 방재 교육이라면 소화기 사용법이나 심폐소생술 정도밖에 받지 못하는 우리 국민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그는 "사무실에서 훈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휴대폰을 만지며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모습만 봐도 우리 방재 교육이 얼마나 실제 상황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2, 3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진 '생존 배낭'을 꾸리는 방식도 한참 잘못 퍼져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은 영토가 넓어 3일 버틸 물건을 챙기는 게 원칙이지만,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구호팀을 만나거나 주변에서 물, 식량 등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음식을 못 먹거나 아이가 재난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틀니, 장난감을 배낭에 넣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회적기업 지원 기관인 '함께일하는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그는 맞춤형 방재 교육 및 훈련 콘텐츠를 여성, 장애인 등 계층별로 마련해 100만명까지 교육하는 게 꿈이다. 김 대표는 "방재 교육이 돼 있는 사람이 집단에서 1명이라도 있으면, 근처에 의지할 만한 자원봉사센터가 1곳이라도 있으면 심리적 방역이 돼 재난도 잘 버텨낼 수 있다"며 "100만명의 재난 대응 리더를 배출해 한국의 재난 대응 능력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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