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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진 않지만 혹시나"... 꽃게철 연평도 주민들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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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진 않지만 혹시나"... 꽃게철 연평도 주민들 뒤숭숭

입력
2020.09.25 16:53
수정
2020.09.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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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서해5도 등 대북 경계태세 강화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어민들이 성어기를 맞아 꽃게잡이 준비를 하고 있다. 연평도=뉴스1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어민들이 성어기를 맞아 꽃게잡이 준비를 하고 있다. 연평도=뉴스1

“북한이 또 언제 어디를 향해 포를 쏠지 모르니까요. ‘설마 쏘겠어’ 하면서도 신경은 쓰이죠.”

2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 김모(62)씨는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연평도에 정착한 지 9년째라는 김씨는 최근 해양수산부 직원 A(47)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뉴스를 계속 챙기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북한이 사과 통지문을 보내면서 사태가 남북간 극단적인 대결로 흐를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국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만큼 이번 사태의 파장이 지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 국민을 해상에서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번 정부 들어 계속된 남북간 화해 무드 덕에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갔던 서해 5도 지역 분위기도 달라졌다. 주민들은 한창 가을 꽃게 조업철을 맞아 바쁜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남북관계가 갑자기 경색되며 북한의 돌발행동이 재발하지나 않을 지 우려했다.

외견상 연평도는 꽃게 수확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마을 곳곳에서 어민들이 그물을 정비하거나 조업한 꽃게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을 했고, 식당ㆍ세탁소ㆍ우체국ㆍ면사무소 등도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철물점에서 일하는 김현보(25)씨는 “관련 뉴스를 챙겨보긴 하지만 당장 큰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불안감은 없다”며 “사태가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면사무소 관계자도 “군에서 북한 동향 첩보가 전달되지 않는 등 특별한 지시가 없어 평소와 똑같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악화돼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해5도는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해 있고 과거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한의 도발이 잦았던 지역이라,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가장 먼저 직접적 타격을 받는 곳이다. 한창 새벽부터 바쁘게 일해야 할 가을 어기에 어업지도 공무원이 해상에서 비극을 당했다는 점도 어민들의 긴장감을 높였다.

해양경찰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통지문을 통해 남측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연평도=뉴스1

해양경찰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통지문을 통해 남측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연평도=뉴스1

수십년째 연평도에서 숙박 시설을 운영하는 최모(67)씨는 “한창 바쁠 때 안 좋은 일이 일어나 어민들이 긴장을 하고 있다"며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길 바라면서 북한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60)씨는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의 공포를 회상하며 “당시 옆집에서 김장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포격에 유리창이 깨져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며 “그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동휘 연평도 어촌계장은 “어민들이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는다”면서도 “혹시나 사태가 악화되어 조업에 방해를 받는 일이 올 수 있을까봐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서해 5도를 비롯한 접경지대 경계 태세를 강화해 혹시 모를 돌발사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으로 군사 위기가 고조되지 않도록 대비태세 강화 지침을 전군에 하달했다”며 “북한군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며 모든 상황에 신속히 대응 가능하도록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평도=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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