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기업인 망신 주기'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증인, 참고인으로 기업인을 무더기로 채택하면서다. 방송인이자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중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EBS인기 캐릭터 펭수 등도 국회 출석이 예고됐다. 국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고려해 증인 채택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여야 의원들의 ‘이슈 몰이’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인 또 부르는 국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다음달 7일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임원급 1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당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국민 시선을 의식한 듯 임원급으로 낮췄다. 기업별 사회공헌부문 책임자인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양진모 현대자동차 부사장, 강동수 SK 부사장, 전명우 LG전자 부사장, 유병옥 포스코 부사장 등 13명이 출석 대상이다.
정운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출연 실적이 저조한 책임을 묻겠다’면서 이들을 호출했다.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기업인을 압박해 기금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정운천 의원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농어촌이 죽어가니까 상생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취지”라며 “여론 비판을 의식하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비판을 감수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 안전 문제와 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행위를 캐묻는다는 계획이다. △서보신 현대자동차 사장(자동차 품질 점검)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사장(중소기업 경영 방해 점검)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하도급법 위반 점검)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민의힘은 정권 유력 인사 연루 의혹과 연계된 옵티머스ㆍ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화력을 집중한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등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에너지 정책 논의를 위해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과 김석기 삼성전자 부사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김경호 테슬라코리아 대표(전기차 정책 점검), 송호섭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프랜차이즈 정책 점검)도 증인 및 참고인으로 호출했다.
전두환 펭수 등 '이색' 증인도...백종원은 2018년에 이어 또?
이색 증인 채택도 속속 확정되고 있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고액 체납 문제를 따지기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친여 성향인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사적 회동’ 의혹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방송 활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백종원 대표는 농수산물 판매 촉진 방안과 관련해 농해수위 참고인으로 선정됐다. 백 대표는 20대 국회였던 지난 2018년 국정감사 때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현실 등에 대해 언급해 화제가 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EBS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펭수를 부르겠다고 공언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펭수가 벌어들인 수익의 배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휴식을 보장받았는지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관심 끌기용이라는 비판이 무성하자 황보 의원은 “참고인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발짝 물러났다.
추미애 관련 증인은 치열한 기싸움
국회 사무처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증인신청을 최소화해 달라고 권고했지만, ‘망신 주기용’ ‘관심 끌기용’ 증인 신청은 국감 직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코로나를 핑계로 증인과 참고인을 최소화해 권력 감시의 장인 국정감사를 ‘맹탕’으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 관련 증인을 두고 민주당이 ‘절대 채택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영찬 의원의 ‘포털 외압’ 논란 △뉴질랜드 대사관 성추행 사건 관련 증인을 부르자는 국민의힘의 요구에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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