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현안 때마다 '사이다' 발언으로 진보진영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온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보폭을 중도로 확장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면서 진보 정치인으로 굳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서서히 넓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지사의 외연확장이 본격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중도층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 당정의 선별지급 방침에 이견을 보였던 이 지사가 최근 여권 및 진보 진영의 흐름과 다른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는 지난 2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극우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개천절 드라이브 스루 집회에 대해 "감염성을 최소화하거나 위험성이 없는 방법이라면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종교 집회나 보수단체 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드라이브 스루 집회에 대해서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자신의 진영과 결을 달리한 것이다. 이는 지난 23일 "드라이브 스루 집회는 그들의 권리"라며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고 방역에 방해가 안 되면 무엇으로 막을 수 있느냐"고 주장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 지사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2차 긴급재난지원금 방식에 이어 또 한번 당정과 다른 입장을 낸 것이다. 이 지사 발언 이후 정세균 국무총리나 이낙연 대표 등 여권의 대선주자들은 모두 드라이브 스루 방식 집회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자연스레 친문재인 지지층에서는 이 지사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지사는 이에 대해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당정의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침이나 내년 4월 서울시장ㆍ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에 관해 소신 발언을 한 후 입장을 바꾸는 등 진화에 나섰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때문에 이 지사가 극우나 보수 진영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도층으로 지지를 넓히기 위해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과거와 달리 중도층이나 보수층에서도 이 지사를 향한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다.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가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호감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진보층 71%, 중도층 59%, 보수층 39%에게 호감도를 기록했다. 반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진보층 77%, 중도층 51%, 보수층 28%의 호감도를 기록했다. 대선주자로서 이 지사가 지지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연확장을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할 때가 왔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당장 내년 9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까지 이 지사의 주된 목표는 당내 지지 확보가 될 전망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2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싫어도 이재명은 괜찮다는 분들이 꽤 여론조사에서 확인이 되는 상황이다. 지금 무리해서 중도층 확장 노력을 하기보다는 경선을 위해 친문의 마음을 얻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드라이브 스루 발언도 원칙적인 차원에서 나온 정도"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NBS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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