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학교 교과서, 정부 권위 높이려 종교 폄하
예수가 간음 여인 돌로 죽여... "법은 무엇인가"
가톨릭계 "中 공산당, 교회 비방ㆍ 증오 조장"
중국 시민들도 "왜 오류 시정하지 않나" 비판
중국이 교과서에 “예수가 죄인을 죽였다”는 내용을 실어 물의를 빚고 있다. 정부의 통치력을 강화하기 위해 종교를 깎아 내리려 성경마저 왜곡한 것이다. 가톨릭계는 “모욕”이라며 반발했고, 중국인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중국 전자과기대 출판사가 2018년 발간한 ‘직업도덕과 법률’ 교과서에는 예수가 간음한 여인을 용서해주는(요한복음 8장)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성경에 없는 내용을 추가했다. 여인을 비판하던 군중이 사라지자 예수가 여인을 돌로 쳐서 죽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도 죄인이지만, 흠 없는 자들에 의해서만 법이 집행된다면 법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예수의 발언을 기술했다.
교과서는 이 고사를 인용하면서 “법이란 어떤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이어 “법률의 사회적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조국의 사회주의 법률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업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보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교재는 중등 직업학교 학생들을 위해 발간한 것으로, 정부 심의를 거쳤다.
가톨릭계는 중국 정부와 교구에 시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발끈했다. 한 신부는 28일 가톨릭 전문매체 UCA뉴스에 “중국 공산당은 늘 교회의 역사를 왜곡하고 교회를 비방하고 사람들이 교회를 미워하게 만들려고 해왔다”고 지적했다. 다른 신부는 “성경을 왜곡하는 건 도덕과 법률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이런 교재로 어떻게 직업윤리를 가르칠 수 있겠느냐”고 분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중국인들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출판사 홈페이지에는 “문제가 된 책을 왜 판매하지 않나” “정말 성경을 왜곡해 심각한 오류가 있나” “돈을 지불할 테니 책을 보내 달라” “왜 출판사는 오류를 즉각 정정하지 않는가” 등 항의성 글이 올라왔다. 중국 가톨릭 신자는 1,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측 성직자는 “중국의 교과서는 지역마다 다르다”고 해명했다.
중국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실제 다양한 방식으로 종교를 억눌러왔다. 중국 국가라디오텔레비전총국(광전총국)은 지난 7월 성경에 기반한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 제작을 금지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25일 “중국 기독교는 외국 세력의 통제와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국무원 산하 국가종교국 왕쭤안(王作安) 국장의 발언을 전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해에도 중국을 북한ㆍ이란 등과 함께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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