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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입법, 여성계 비판 충분히 반영해야

입력
2020.09.30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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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낙태죄’ 폐지 여부를 두고 혼선이 거듭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대체 입법을 해야 하지만 1년 반이 넘도록 정부안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명시된 낙태죄는 한국 사회의 오랜 논란거리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생명권을 정면으로 침해해서다. ‘태아를 떨어뜨리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용어부터가 그렇다. 낙태는 죄가 아닌 임신을 중단할 권리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여성계의 지적은 타당하다.

지난해 4월 헌재가 임신을 중단한 여성과 시술 의사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들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낙태죄가 비로소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싶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부가 ‘임신 14주 이내’라는 단서를 달아 낙태를 허용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헌재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시점으로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반면, 여성계는 임신 주수로 허용 범위를 따지는 건 사실상 낙태죄를 유지하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 역시 ‘낙태죄 전면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헌재가 주문한 대체 입법 시한은 연말로, 불과 90여일 남았다. 형법상 낙태죄뿐 아니라 모자보건법의 관련 규정도 손봐야 한다. 국회의 법안 심의와 통과에 소요되는 시일을 고려하면 촉박하다.

28일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이었다. 이를 기해 호주제 폐지 운동을 함께한 여성 100인이 나서 “그 어떤 여성도 임신중지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아선 안 된다”며 ‘임신중지의 전면 비범죄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임신중단 여부를 국가가 제한하고 처벌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정부는 여성계의 우려와 비판을 충분히 반영해 개정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정부안이 또 다른 논쟁의 시작이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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