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광고에서 대개 “존재하지 않거나 잘못 존재했던” 소수인종의 이미지가 점차 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불붙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영향이 크지만 ‘정치적 올바름’이란 대의를 놓고 일상에 스며든 차별을 솎아내려는 업체들의 자정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미 식품유통 기업 B&G 푸드가 포장지에 써왔던 흑인 이미지를 없앤다고 보도했다. 앞서 6월 펩시콜라의 자회사 퀘이커 오츠 컴퍼니가 흑인 하녀 이미지를 왜곡해 반영한 130년 역사의 시럽 브랜드 ‘앤트 제미마’ 퇴출을 결정한지 석 달만이다. B&G 푸드의 대표 상품인 오트밀 시리얼 ‘크림오브휘트’에는 흰색 조리복을 입고 웃는 흑인이 그려져 있다. B&G는 원래 흑인 비하 캐릭터를 사용했으나 인종차별 비판에 직면하자 1920년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시카고 레스토랑의 흑인 셰프(프랭크 화이트)로 교체한 후 사용해왔다. 화이트가 이전처럼 명백한 인종 비하는 아니지만 정도만 다를 뿐, 여전히 차별적 요소가 많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전날에는 세계적 식품기업 ‘마스’가 쌀 가공식품 브랜드 ‘엉클 벤스’ 명칭을 ‘벤스 오리지널’로 바꾸고 로고도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1946년부터 74년간 선보인 엉클 벤은 고품질 쌀로 유명한 미 휴스턴 지역의 흑인농부 이름을 따서 지었다. 그러나 보타이(나비 넥타이)를 메고 밝게 웃는 모습을 연출해 순종하고 굽실대는 흑인의 고정관념을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흑인 남성을 엉클(삼촌)로 칭하는 것은 ‘미스터’라는 존칭을 꺼리는 남부 백인들의 습관에서 유래된 오랜 차별 표현 중 하나다. 마스는 한 단계 높은 기업윤리 실천을 위해 인권단체와 함께 흑인 요리사들 대상으로 장학제도를 신설하고, 미시시피주(州) 그린빌 학생들에게 250만달러 상당의 식단ㆍ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하기로 했다.
인종차별 브랜드가 위험한 이유는 알게 모르게 흑인을 깎아 내리는 인식을 대중에게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실제 호주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에 따르면 미국 광고 속 백인의 22.9%가 직업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 반면, 유색인종이 직업이 있는 비율은 17.9%에 그쳤다. 차별적 시선이 그대로 광고에 투영되는 것이다. 미 하워드대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연구하는 그렉 카는 6월 CNN방송 인터뷰에서 “그것이(미묘한 차별) 백인 우월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변화 움직임이 최근 주류문화에 속속 반영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미 펜실베이아대 와튼스쿨의 아메리커스 리드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과거 같으면 지나쳤을 법한 표현도 최근 격화한 인종차별 시위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의 잔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종주의에 눈을 뜬 소비자들 스스로 까다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업체들도 소비자를 유인하려면 변화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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