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 연휴 전날이면 여야 정치인들로 북적이던 서울역이 올해는 썰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고향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뚜렷한 와중에 '우루루' 몰려가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자체가 '민폐'라는 판단에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를 '추석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하고 국민들에게 ‘고향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정치권도 ‘고향방문 자제’에 동참하는 의미로 서울역 등에서의 명절 분위기 뛰우기를 생략했다. 그 대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재래시장 상인 또는 수해ㆍ태풍 피해 주민들을 찾아 나서거나 연휴 직후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
과거 여야 정치인들은 귀성객이 몰리는 서울역, 용산역 등을 떼지어 찾아가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을 배웅했다. 어깨띠를 나란히 맨 채 플랫폼에 줄지어 서서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허리를 숙였다. 흩어져 살던 가족이 모이는 명절 연휴는 밥상머리 정치 논쟁이 가장 활발한 기간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으로서는 이 '추석민심'을 잡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곤 했는데, 서울역 인사도 그 일환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사태 속에 맞는 올 추석은 시민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듯, 정치권 또한 서울역 인사를 포기해야 했다.
서울역과 더불어 정치권의 명절 연휴 단골 방문지 중 하나인 군부대 역시 이번 추석에는 갈 수가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정당 대표들의 명절 군부대 나들이는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정치인들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병들에게 배식을 해주면서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내무반을 둘러보거나 철책 근무병을 격려하고, 마지막 순서인 단체 기념촬영와 '파이팅' 구호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군부대가 장병들의 휴가와 외출, 외박, 면회 등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만큼 외부인의 집단 방문은 불가능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야 정치권은 수해 및 태풍 피해지역이나 코로나19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재래시장 등 민생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지난 22일 화재가 발생한 동대문구 청과물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위로한 데 이어, 24일에는 용산 택배 집배신 현장을, 26일엔 태풍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을 방문해 주민들의 손을 잡았다.
이 대표는 또,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이른 아침 서울 성동구에서 환경미화원 지부장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열어 이들을 격려한 후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대목이 사라진 추석 경기를 상인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외부일정을 잡지 않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했다.
28일 전남 구례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29일은 현안기자회견 외 특별한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22일 화상으로 의원총회를 소집해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 이탈 의혹과 관련한 서울 동부지검의 무혐의 처리'를 규탄하고 나섰다. 다른 여야 정치인들 대다수가 외부일정을 대폭 줄이고 다가오는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등의 정치 일정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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