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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경제 운동장을 바로 세우자

입력
2020.10.04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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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최운열서강대 명예교수ㆍ전 국회의원

편집자주

학계와 정계를 넘나들며 이론과 실물경제를 두루 경험한 필자가 경제와 금융 분야 현안을 깊이있게 짚어드립니다.


양적 눈부심, 질적 뒤처짐의 한국경제
지속가능 위해선 양적, 질적 균형필요
규제 지배구조 노동 등 3대 개혁 이뤄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 2차 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국가로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다. 양적 측면에서의 눈부신 발전은 아무리 칭찬받아 부족할 것이다.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 10위(185개국), 외환보유액 8위(156국), 수출규모 4위(64국), 수입규모 6위(64국)의 나라다. 1인당GDP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 이상인 30-50 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한 나라이다. 대단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질적인 지표를 보면 얼굴이 붉어진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의하면 정부 규제의 기업 부담정도는 141개국 중 87위, 규제개혁 효율성은 141개국 중 67위, 그리고 정부정책 안정성은 141개국 중 76위 수준이다. 기업지배구조 수준을 나타내는 이사회 유효성은 138개국 중 109위, 투자자 보호는 138개국 중 99위, 회계감사 질적 수준은 141개국 중 37위 수준이다.

노동시장 구조는 더 후진적이다. 고용 및 해고 관행은 141개국 중 102위, 노사협력은 141개국 중 130위, 임금결정의 유연성은 141개국 중 84위 수준이다. 시장경쟁수준은 141개국 중 93위이며, 서비스 업계의 경쟁력 순위는 141개국 중 48위 정도이다.

이처럼 양적 수준과 질적 수준이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에서 한국 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부정책, 노동시장의 후진성, 기업지배구조 후진성을 개혁하고 혁신해야 할 시급한 이유이다. 양적 지표와 질적 지표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공정경쟁이 담보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이 전면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1980년대 초에 제정된 공정거래법은 이 시대의 정신을 담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 경제행위를 형사벌로 다루는 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과징금 등 경제벌로 변경하고, 전속고발권을 과감히 폐지하여 공정한 시장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기업지배구조를 선진화할 수 있도록 상법을 전향적으로 개정하여야 한다.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그리고 집중투표제를 우려되는 문제점을 보완하여 차제에 반드시 도입하여야 한다. 일부에서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법이라 반대하지만 오히려 기업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장치이다. 가장 확실한 경영권 보호는 경영을 잘 하는 것이다. 법이나 제도의 틀속에서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기업의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근로자의 권리가 신장되고 고용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게 임금결정 방법, 노사협력의 틀을 새로 짤 수 있도록 노동개혁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시대에 맞게 제도 보완이 되면 창업과 투자가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혁신적으로 규제개혁을 하여야 한다. 열거주의의 후진적 규제체계를, 할 수 없는 것만 법에 명시하고 모든 것 할 수 있도록 포괄적 규제체계를 도입하여 기업에 한없는 자유를 주되 법과 원칙, 상식을 어기는 기업은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도록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동시에 도입되어야 한다.

기업과 일부 정당, 일부 언론은 상법 공정개래법 개정을 반대한 반면 규제혁신은 강조한다. 반대로 또 다른 일부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언론은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은 주장한 반면 규제혁신에는 미온적이다. 지난 10여년 이상 두 세력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서로 대립되는 두 세력에 규제의 빅딜을 제안한다.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ㆍ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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