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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269억원짜리 화장실, 성평등·친환경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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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269억원짜리 화장실, 성평등·친환경 실었다

입력
2020.09.29 20:30
수정
2020.09.2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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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이외 달·화성에서도 사용 가능
여성 우주비행사 편의·배설물 재활용

1969년 7월 20일 미국 달 탐사 우주선 아폴로 11호로 달에 발을 딛은 에드윈 E. 올드린이 성조기 앞에 선 모습. 워싱턴=AFP 연합뉴스

1969년 7월 20일 미국 달 탐사 우주선 아폴로 11호로 달에 발을 딛은 에드윈 E. 올드린이 성조기 앞에 선 모습. 워싱턴=AFP 연합뉴스

오랜 기간 우주비행사들을 괴롭혔던 고질적 난제가 해결될 듯하다. 개발 비용만 270억원에 달하는 새로운 화장실이 우주로 날아가면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은 내달 1일 버지니아주 월롭스 비행기지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용 화물을 시그너스 우주선에 실어보낼 예정인데, 여기엔 새로 만든 '우주 화장실'도 포함돼 있다고 우주과학 전문매체 스페이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화장실의 제작 비용은 무려 2,300만달러(약 269억원)에 달한다.

'유니버설 폐기물 관리 시스템(UWMS)'으로 명명된 새 우주 화장실은 기존 것보다 크기는 65% 작고 무게는 40% 가볍다. 71cm 높이로 캠핑카에서 사용하는 일반 화장실과 비슷하다. 나사는 작고 가벼운 화장실을 만든 이유에 대해 "달을 왕복하기 위해서는 대략 수송물 1㎏마다 그 10배인 10㎏의 추진 연료가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UWMS는 우주정거장 노드3에 위치한 두 개의 화장실 옆에 내달 4일쯤 설치될 예정이다.

나사는 UWMS의 가장 큰 특징으로 '범용'을 꼽았다. 우주선 내부 뿐만 아니라 달과 화성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의 신체구조에 적합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역대 나사 우주비행사의 여성 비율이 10%가 채 안되는 만큼 현재까지 화장실은 모두 남성 위주로 제작돼 왔다. 우주비행사는 소변을 볼 때 깔때기와 호스를 사용하고 배변을 볼 때는 의자를 따로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UWMS의 경우 여성 우주비행사를 위해 깔때기와 의자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러한 변화는 나사가 지난 21일 발표한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와도 닿아 있다. 2024년 최초로 여성 우주인을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미리 화장실을 개발하고 정거장에서 테스트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지구의 자연적 물 순환 구조'를 본땄다는 친환경 소변 재처리 장치도 획기적이다. 현재 우주정거장에서 소변과 땀 등 체액을 포함한 모든 액체의 재활용율은 약 90%로 높은 수준이지만, 나사는 해당 장치를 통해 최대 98%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우주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행사들의 소변은 2008년부터 화학처리를 거쳐 식수로 재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순환구조는 지구에서의 추가 도움을 줄이고 우주정거장의 자립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우주정거장과 달의 경우 탐사 기간이 길지 않지만, 화성은 대개 임무가 2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자생 구조가 필수다. 나사는 "우리의 미래 목표는 신진대사에 따른 폐기물을 건조하고 물을 재사용하는 것"이라며 "물 순환 시스템 개발이 우주 생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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