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최대 노숙자 쉼터인 ‘MSC 사우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직원 2명과 이곳에서 머물던 68명의 노숙인이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MSC 사우스는 340명의 노숙인을 수용할 수 있다. 5월에는 브라질 사회복지국이 최근 몇 주 동안 최소 22명 이상의 노숙인이 신종 코로나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던 4월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미등록 외국인과 노숙인 등 우리 방역체계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며 ‘방역 사각지대’가 재확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가 ‘기우’였던 것일까. 다행히도 아직까지 노숙인이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의 불씨가 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노숙인들이 신종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확진자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숙인과 생활시설에 머무는 노숙인, 쪽방 주민 규모는 1만6,465명(2018년 기준)이다. 지역사회 곳곳을 돌아다니고,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어도 진단검사를 받기 어렵다는 점은 노숙인을 그간 잠재적 신종 코로나 확산 불씨로 본 요인이었다. 김정일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노숙인에게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이들의 동선 상에 있는 일반 주민에게도 신종 코로나가 번질 수 있어 사태 초기부터 주의 깊게 봐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서울시가 지난 6월15일부터 8월4일까지 결핵과 신종 코로나에 취약한 노숙인과 쪽방촌 거주민 4,599명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해본 결과 신종 코로나는 모두가 ‘음성’으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우려와 진단검사 결과의 ‘괴리’를 접촉성에서 찾았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2일 “신종 코로나 감염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밀접 접촉했느냐가 중요한데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방역이 강조되면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식사제공 봉사 활동 등이 거의 모두 중단됐다”며 “노숙인들이 일반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데다, 쉼터 등에서 머무는 비율도 낮아 감염 위험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로 노숙인의 사회적 고립이 더욱 심화하면서 역설적으로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해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노숙인들이 야외에 주로 머물고 잠도 밖에서 자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 오면 상황이 정반대가 될 수 있다”며 “노숙인 쉼터 등은 감염병 전파가 쉬운 ‘3밀(밀폐ㆍ밀집ㆍ밀접) 조건’의 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과장은 “노숙인은 결핵이나 당뇨병 등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감염될 경우 일반 사람보다 상태가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며 “겨울철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결핵검진 때 신종 코로나 검사도 다시 한 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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