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공무원 A씨가 북한 수역에서 피격된 당시 우리 군이 감청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를 파악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22일 오후 10시11분 A씨 사망 사실을 파악했으나 조각난 첩보를 종합하느라 대통령 보고와 언론 공개가 늦었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29일 국회 국방위 위원들은 북한군 교신에서 사살 지시와 확인 보고를 한 것을 우리 군이 실시간으로 감청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실시간 감청이 아닌 사후 첩보 분석이라고 부정했지만 A씨 사살에 대한 구체 정보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사건의 심각성을 오판했거나 의도적으로 지연 대응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갈수록 커지는 국민적 불신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 국방위와 정보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 군은 22일 오후 3시30분부터 북한군 내부 교신 감청을 통해 A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한 사실, 북측이 구조를 시도한 정황, 오후 9시 이후 북한 해군사령부가 사살 명령을 하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한 것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북측 대위급 정장이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확인하고 오후 9시40분 “사살했다”고 보고한 것을 감청했다고 알려졌으나 국방부는 사후 분석된 것이라 주장했다.
그렇더라도 사살 직후 이렇게 정보가 구체적인데도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군의 보고가 22일 밤 11~12시쯤 청와대에 올라가 23일 새벽 관계장관 회의가 열렸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은 것은 다음 날 오전 8시30분이었다. 관계장관 회의 결론이나 대통령 지시가 “북한에 확인해 보자”는 정도에 그친 점도 납득이 어렵다. 결국 국방부가 사건 전모를 공개한 것은 24일 오전이었다. 유엔총회 연설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대통령 보고와 공개를 늦췄다는 의심이 더욱 커질 뿐이다.
정부는 확산되는 의심과 불신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 변명이나 거짓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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