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이자 개천절인 3일 우려했던 대규모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경찰의 완벽한 봉쇄 때문인데, 수만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운집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됐던 광복절과는 사뭇 달랐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 수송버스로 차벽을 세웠다. 차벽에 의해 '삼엄'할 정도로 완벽하게 봉쇄된 광화문광장은 수만명의 보수단체 회원 및 지지자들이 모여 정부의 방역 대책 등을 비난하던 지난 8월 15일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당시 시위대는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된 경찰과 몸싸움을 하거나 저지선을 뚫고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신도를 비롯한 집회 참가자 상당수는 물론, 이들과 접촉한 경찰관들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말았다.
경찰의 봉쇄 및 대비 작전은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한강 다리 위에서도 펼쳐졌는데, 10대 미만의 조건부 시위 차량 외에 불법 참가 차량에 대한 검문을 하기 위해 한남대교 위에서도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이날 동원된 경찰 병력은, 경비경찰 21개 중대와 교통경찰 8백여명을 포함, 총 1만여명에 달했다.
그 뿐만 아니다. 당국은 이날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1ㆍ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에 대해 무정차 통과와 역사 출입문 폐쇄 조치를 했다. 경찰과 방역 당국의 이 같은 통제 작전에는 지난 광복절 집회의 교훈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법원의 조건부 집회 허용을 빌미로 수만명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무시한 채 보수단체 집회에 참가했고,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씨가 됐다.
한편 이날 보수단체들이 예고한 10대 미만의 차량시위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진행됐다. 9대의 애국순찰팀 차량 시위대는 오전 경기도청을 출발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를 지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방배동 자택 부근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자택이 있는 구의동까지 차량시위를 진행했다. 해당 시위에 대해 조 전 장관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집회의 자유는 헌법적 기본권이고 '애국순찰팀'도 이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공인으로서 법원의 이 판단을 감수한다. 단 동네 이웃분들께 죄송하게 됐다"라는 글을 올렸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새한국)도 이날 오후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출발해 강동 공영차고지에 이르는 경로를 역시 9대의 차량으로 줄지어 이동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차량과 동행한 경찰은 참가자 중 1명이 운행 도중 창문을 내리자 경적을 울려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보수단체의 차량 시위와 관련해 까다로운 방역 조건을 제시했다. 집회 참가자의 이름과 연락처, 차량번호를 적은 목록을 미리 경찰에 제출하고 집회 시작 전에 이를 확인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차량 내 참가자 1인 탑승 ◆집회 중 창문을 열지 않고 구호 제창 금지 ◆집회 중 교통법규 준수 및 신고된 경로로 진행 ◆ 참가자 준수사항 각서 제출 등인데, 이를 지키지 않거나 경찰 또는 방역 당국의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공권력을 동원해 즉각 해산 조치할 수 있게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집회는 그 어떤 명분도 가질 수 없다”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차단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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