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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만 1등? 국회의원 '노오오력'이 '1호 법안' 운명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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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만 1등? 국회의원 '노오오력'이 '1호 법안' 운명 갈랐다

입력
2020.10.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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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1일 국회 의안과에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일명 '사회적 가치법'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1일 국회 의안과에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일명 '사회적 가치법'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안번호 2100001. ‘21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법안’이라는 의미가 담긴 숫자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난 6월 1일 이 숫자를 얻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경쟁에 나선 의원실 보좌진들은 국회 의안과 앞에서 4박 5일 밤샘 대기도 불사했다. 이를 두고 비판도 있었지만 결국 ‘1호 법안’의 영예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돌아갔다. 이날 의원들이 제안해 접수된 법안은 총 56개였다. 이중 수정 가결되거나, 다른 대안 법안에 반영돼 폐기되는 방식으로 ‘처리’된 법안은 4일까지 7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1호 법안들은 과연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수많은 ‘1호 법안’에는 4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역대 국회 때마다 ‘1호 법안’은 남다른 의미를 지녀왔다. 발의만 1등이 아니라 각 의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첫 법안만큼은 꼭 관철시키겠다는 다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개별 의원들뿐 아니라 21대 국회에서는 각 정당들이 당론으로 삼은 1호 법안들도 부각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이 당론으로 삼은 1호 법안은 ‘일하는 국회법’이다. 이정문 의원 대표 발의로 지난 6월 1일 발의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본회의 개최 빈도를 높이자는 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지만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법사위의 체계ㆍ자구심사제도를 폐지하자는 내용에 야당의 반발이 크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도 동의하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자신의 1호 법안으로 ‘함께 일하는 국회법’으로 이름 붙인 국회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에 뒤질세라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8개 법안을 묶은 ‘코로나19 위기탈출 민생지원 패키지법’을 당론 1호로 정하고 발의했다. 패키지 법안 중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각각 환경노동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 교육위원장 발의안에 대안으로 반영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위기가 온 가계에 가족돌봄휴가를 연장하고, 재난 시 대학 등록금 심의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 등에 여당도 동의했기 때문에 통과가 가능했다.

정의당은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당 차원의 1호 법안으로 6월 16일에 발의했다. 정의당은 1호 법안 처리를 위해 동료 의원과 국민들을 상대로 지난달부터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 법안은 2018년 충남 태안군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망한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글을 올린 뒤, 성립 기준인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에서 논의 중이지만 "기업에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야당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발의 속도보다 의원의 노력이 중요한 ‘1호 법안’

밤샘까지 한 박광온 민주당 의원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이나, 국민의힘 의원 중 제일 먼저 법안을 발의한 장제원 의원의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1호 발의’라는 주목에도 처리 속도가 더디다. 사회 이슈를 해결하려는 법안의 시의성이나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분위기가 아직 영글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1호 발의'뿐 아니라 이를 통과시키려는 의원들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이후, 이곳을 지역구로 둔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5일 1호 법안으로 경비노동자 보호를 골자로 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냈다. 천 의원 법안은 주요 내용이 대안으로 반영된 국토교통위원장 안이 지난달 24일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50일만에 초고속으로 법안이 처리된 것이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체육계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1호 법안으로 6월 5일 내놓은 국민체육진흥법ㆍ학교체육 진흥법 개정안도 각각 문화체육관광위원장ㆍ교육위원장 대안에 반영된 뒤 지난 7월과 9월 각각 본회의를 통과했다.

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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