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양혜규 “내 작품 어렵다고요? 다 아는 얘기예요"
알림

양혜규 “내 작품 어렵다고요? 다 아는 얘기예요"

입력
2020.10.05 18:00
수정
2020.10.05 19:40
23면
0 0

국현에서 첫 개인전? ‘양혜규-O₂&H₂O’ 열어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수직공간에 설치된 양혜규의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수직공간에 설치된 양혜규의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독일을 중심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양혜규(49)는 가장 바쁜 작가 중 한 명이다. 베니스비엔날레(2009년), 카셀 도쿠멘타(2012년) 같은 세계적 미술제에 소개됐고 이후 런던 테이트모던,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지금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고, 곧 캐나다, 영국, 필리핀 등에서 동시에 전시를 연다.

그런 양혜규가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양혜규-O₂&H₂O’란 제목이다. 앞서 아트선재센터, 리움미술관, 국제갤러리에 이어 네 번째 국내 개인전이다.


일상적 기물인 다리미, 마우스, 헤어드라이어, 냄비를 서로 맞붙이거나 교차 결합한 양혜규의 '소리 나는 가물' 연작.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일상적 기물인 다리미, 마우스, 헤어드라이어, 냄비를 서로 맞붙이거나 교차 결합한 양혜규의 '소리 나는 가물' 연작.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5일 양혜규는 빨래 건조대 얘기부터 꺼냈다. 그의 장기는 전통, 문명, 세계화 같은 거대한 이슈를 다루면서 그것을 개인의 기억이 담긴 일상의 사물로 표현해 내는 데 있다. 빨래 건조대도 그중 하나다.

“과거 서울 도심의 한 한옥에서 살 때 골목에 빨래 건조대가 많이 나와 있었어요. 빨래 건조대라는 게 필요할 때는 펼쳐서 쓰고, 안 쓸 때는 또 접어서 감추어 두는 거잖아요. 우리의 어떤 삶의 표시 같은 거죠. 매우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남에게 드러내 보여 주기 부끄러울 때도 있지 않나요. 접었다 펼쳐지는 빨래 건조대를 통해 그런 얘기들을 해 보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에서 빨래 건조대는 방울 옷을 입고 있다. 접히진 않지만, 건드릴 때마다 경쾌한 소리를 낸다.


오방색(검정, 파랑, 빨강, 노랑, 흰색)이 상징하는 다섯 가지 원소(물, 나무, 불, 흙, 철)을 시각화한 양혜규의 '오행 비행' 사이 걸려 있는 스피커에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소리를 활용한 '진정성 있는 복제'가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오방색(검정, 파랑, 빨강, 노랑, 흰색)이 상징하는 다섯 가지 원소(물, 나무, 불, 흙, 철)을 시각화한 양혜규의 '오행 비행' 사이 걸려 있는 스피커에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소리를 활용한 '진정성 있는 복제'가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현상의 이면을 탐구한 작품도 함께 내놨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보도한 생방송에서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누기 직전 30분간의 소리를 담고 거기에 작가의 인공지능 기술로 복제된 목소리를 삽입한 ‘진정성 있는 복제’는 무형의 소리를 통해 본질을 묻는 작품이다. “그 장면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치열한 이벤트 뒤에는 자연이 있다는 거였어요. 회담이 진행될 때는 비무장지대가 물리적 장소로서 가지는 상징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요. 하지만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누기 직전 들리는 새소리는 물리적 장소의 상징을 보여 주죠.”

코로나19 또한 신자유주의의 이면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질주하는 바퀴가 코로나19로 갑자기 멈췄어요. 저는 그 바퀴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편이었어요. 삶의 방식이나 일에 있어서 스스로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인간이 아닌 비인간적인 것에 의해 멈춰진 거죠. 그간 인간단위로 봐 왔던 관점과 인식이 배치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양혜규는 "'아시아 대표 여성 작가'라고 불리는 순간 오히려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 가진 힘이 축소되고 제한되고, 생명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양혜규는 "'아시아 대표 여성 작가'라고 불리는 순간 오히려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 가진 힘이 축소되고 제한되고, 생명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양혜규의 작품은 유명하지만 대중적이지 않다. “아마 작품의 모호성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모호하다는 것과 어렵다는 건 다르죠. 한마디로 정의가 안 되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작품이 추상적이어서 그런 것이지 복잡한 학설처럼 내용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닐 겁니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다 아는 얘기를 그 동안 이런 형식으로 얘기해 본 적이 없었을 뿐이에요.”

강지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