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유오피스 1위 패스트파이브의 비결

입력
2020.10.05 14:00
수정
2020.10.05 20:59
16면
0 0

[48회]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한국형 공유오피스 도입…코로나19가 기업의 공간 개념을 바꿨다”

건물의 공간을 쪼개 여러 기업에게 빌려주는 공유 사무실(오피스)은 이제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됐다. 2010년 미국의 신생기업(스타트업) 위워크가 시작한 공유 사무실의 장점은 유연성이다. 직원 숫자에 맞춰 빌릴 수 있는 사무 공간을 늘리고 줄이는 등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회의실, 스튜디오 등은 필요할 때 시간제로 빌리면 된다. 여기에 직원들의 휴게 시설 및 외부 손님을 맞기 위한 접대 공간, 식음료, 청소, 출입관리 등의 서비스는 덤이다.

기업들이 이런 공간과 부대시설 등을 처음부터 갖추고 시작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요즘은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공유 사무실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예전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많지 않아 공유 사무실이 더 주목받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다양한 국내외 공유 사무실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 공유 사무실 전문 스타트업인 패스트파이브다. 2015년에 국내에서 가장 먼저 공유 사무실 사업을 시작한 패스트파이브는 지점과 입주 이용자 숫자로 국내 1위다. 현재 패스트파이브 지점은 25개, 입주 이용자는 1만7,000명에 이른다.

패스트파이브를 창업한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가 공유 사무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날로 증가하는 패스트파이브의 주변 상권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측정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효진 기자

패스트파이브를 창업한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가 공유 사무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날로 증가하는 패스트파이브의 주변 상권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측정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효진 기자


내부 보이지 않고 구획을 나눈 한국형 공유 사무실 도입

한국일보에서 패스트파이브를 창업한 박지웅(38)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를 만나 1위 비결을 들어 봤다. 그는 공유 사무실의 인기 비결을 “직원들이 노트북만 들고 입주하면 되기 때문에 건물 임차 및 사무 집기 구입 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일반 기업이 사무 공간을 빌리려면 최소 2년 계약을 하고 보증금을 낸 뒤 실내 공사, 인터넷, 각종 사무가구와 기기 설치 등 고정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공유 사무실은 한 달치 정도의 예치금만 내고 들어와서 월세를 내면 되니 비용이 많이 들지 않죠.”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최소 계약 기간이 3개월이다. 이후 한 달씩 연장할 수 있다. 비용은 입주 기업의 직원 숫자에 맞춰 1인당 월 30만~50만원씩 받는다. 이런 점도 공간에 따라 임대료를 받는 일반 건물 임대업과 다르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건물의 위치다. 대부분의 공유 사무실은 서울 강남, 을지로 등 번화가의 대형 건물에 있다. 기업들에게 중심가에 사무실을 적은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서울 중심가의 대형 건물에 직원 5명의 스타트업이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작은 공간을 빌려주지도 않지만 비용이 꽤 들죠. 심지어 대로에서 벗어난 골목 안쪽의 허름한 건물도 중심가에서 빌리려면 1인당 35만원을 들여야 합니다.”

더불어 채용에도 유리하다. 서울 중심가에 좋은 건물에서 일할 수 있다면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고 사업 거래 상대에게 긍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

여러 공유 사무실 기업 가운데 패스트파이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서비스의 차이를 들었다. “단순히 공간만 예쁘게 꾸며 놓는다고 잘 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운영 방법과 입주 기업들에 대한 서비스입니다.”

패스트파이브는 빈 공간을 뜻하는 공실률을 항상 3% 이하로 관리한다. 즉 패스트파이브가 갖고 있는 임대 공간 가운데 97%는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는 뜻이다. 일부 경쟁업체의 공실률 추정치가 1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박 대표는 3% 이하의 공실률 유지를 위해 항상 입주 기업들의 반응을 확인한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확인하고 이를 바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부 공유 사무실 업체의 경우 인터넷 접속이 안되면 온라인으로 장애접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데 우리는 안내 데스크에서 이런 불편을 들으면 바로 달려가서 해결해 줍니다. 고객 대응 방식, 즉 서비스 차이가 사업에 큰 영향을 미쳐요.”

패스트파이브는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역삼동 지점에 어린이집을 개원해 입주 기업 직원들이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쉽게 마련하기 힘든 어린이집 혜택을 입주 기업들이 받게 된 것이다.

박 대표가 추구하는 것은 ‘한국형 공유 사무실’이다. 한국형 공유 사무실이란 우리 취향에 맞춰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광장처럼 탁 트인 개방형 공간을 좋아합니다. 반면 우리는 방처럼 구획을 나눠놓은 것을 선호하죠. 또 외국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한 사무실이 많습니다. 우리는 반대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패스트파이브의 공간들은 일어섰을 때 허리부터 머리 위까지 반투명지를 붙여 놓아서 내부를 볼 수 없어요.”

2015년 사업을 시작한 패스트파이브는 서울에 25개 지점을 갖고 있으며 30개까지 지점을 늘릴 계획이다. 패스트파이브 제공

2015년 사업을 시작한 패스트파이브는 서울에 25개 지점을 갖고 있으며 30개까지 지점을 늘릴 계획이다. 패스트파이브 제공


지역 상권 성장시키는 ‘패스트파이브 효과’

패스트파이브의 지점들은 모두 서울에 있다. 서울에만 집중한 이유는 효과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서울에 몰려 있고 서울에서 주로 창업하다 보니 여러 지방에 만드는 것보다 입주 기업 유치에 효과적입니다. 당분간 서울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지점은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조만간 강북에 2개를 늘리는 등 올해 말까지 지점을 3, 4개 정도 더 늘려서 30개 가까이 운영할 생각입니다.”

지점으로 활용하는 건물들은 모두 임대다. 패스트파이브는 자체 건물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또한 박 대표의 방침이다. “자체 건물을 보유했을 때 장점이 별로 없어요. 사무 건물은 아파트와 달리 가격이 잘 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건물을 소유하면 나중에 처분할 때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죠. 그만큼 돈이 건물에 묶이는 셈입니다. 차라리 건물을 살 돈으로 여러 건물을 임대하는 것이 사업상 유리해요.”

건물주 입장에서도 공유 사무실 유치를 반긴다. 공유 사무실이 들어오면 일종의 ‘스타벅스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효과란 유명 카페 스타벅스처럼 인기 있는 상점이 건물에 들어와 유동인구를 늘려서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박 대표는 ‘패스트파이브 효과’도 있다고 본다. “따로 효과를 수치로 측정하지 않았지만 스타트업들이 많이 입주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주변 상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박 대표는 새로운 방식으로 지점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즘은 패스트파이브가 유명해지면서 협상력이 올라가 임대 보증금을 내지 않고도 건물을 빌릴 수 있게 됐어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임대료를 스타벅스처럼 매출을 나누는 식으로 제안해 볼 생각입니다.”

최근에는 입주 기업 가운데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전체 입주 기업 중 스타트업 비중이 20%이고 나머지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이다. ‘까스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은 아예 본사 전체가 패스트파이브 을지로점에 입주했다. 유명 인터넷은행은 여의도점 1개층을 사용한다.

대기업이나 공기업들도 새로 전담팀(TFT)을 꾸려 신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공유 사무실을 이용한다. 비밀 유지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명 자동차 기업의 인공지능(AI) 연구조직이다. “본사에서 나와 조용하게 일을 추진하고 싶어서 입주한 대기업과 공기업의 TFT가 전체 입주 기업의 15%를 차지합니다. 공간만 빌려서 간판도 달지 않고 일을 하니 누가 무엇을 하는지 몰라서 보안이 유지되죠. 본사에 있다면 수많은 직원들의 눈에 띄어 보안 유지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패스트파이브는 입주 기업들의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동어린이집을 운영한다. 패스트파이브 제공

패스트파이브는 입주 기업들의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동어린이집을 운영한다. 패스트파이브 제공


여성 복지 제도 잘 갖춘 스타트업으로 유명

패스트파이브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33세여서 기업 문화가 젊다. 직원들은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 정직원이 된다. 수습 기간은 회사와 직원이 서로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회사는 직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직원은 일이 잘 맞는지 확인하죠. 지금까지 수습 과정을 통해 전원 채용을 했어요. 탈락자는 없습니다.”

직원의 절반 가량은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독특한 일을 한다. 이들은 각 지점으로 출퇴근하면서 입주 기업 관리와 서비스 지원 일을 한다. 박 대표는 “일종의 현장 근무 방식이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매니저들은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입니다. 각자 주인 의식을 갖고 일을 하죠. 그만큼 사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적습니다.”

직원 중 여성 비율이 높은 점도 패스트파이브의 특징이다. “전체 직원 180명 중 여성이 60%입니다. 이들이 주로 커뮤니티 매니저를 하죠.” 그만큼 패스트파이브는 여성 복지 제도를 잘 갖춘 스타트업으로 유명하다. 임신한 직원에게 선물과 출퇴근 택시 무료 이용 쿠폰 등을 제공하고 2시간 단축 근무와 탄력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 직원들이 도울 수 있도록 임산부를 알리는 표시인 ‘baby in me’ 배지를 준다. “이 배지를 달고 있으면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힘든 일을 하지 않도록 서로 살펴주죠. 사내에 임신과 출산을 배려하고 축하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조치에요.”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한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직원 휴게공간. 패스트파이브 제공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한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직원 휴게공간. 패스트파이브 제공


“앞으로 기업들이 사옥 갖는 일 줄어들 것”

원래 박 대표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스톤브릿지캐피탈이라는 벤처투자업체에서 4년 동안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그때 그는 소셜커머스업체 티몬 등에 투자했다. “벤처투자를 하면서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많이 구상했죠. 이런 것들을 하나씩 해보고 싶어서 2012년에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창업했습니다.”

그의 창업 방식은 독특했다. 사업 아이디어가 많다 보니 처음부터 지주사 형태의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창업한 것이다. 그 밑에 패스트파이브를 비롯해 직장인들이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패스트캠퍼스, 투자전문업체 패스트벤처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패스트파이브는 월 50억원, 패스트캠퍼스는 월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도 음식배달업체 푸드플라이를 창업해 요기요에 매각했고 신선식품 전문 쇼핑몰 헬로네이처는 11번가에 매각했다. “주로 사람들에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의식주 중심의 사업을 해보려고 창업했습니다. 매년 1, 2개씩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죠. 패스트파이브는 미국에서 화제가 된 위워크 모델을 보고 우리 실정에 맞게 사업화했어요.”

앞으로 패스트파이브의 중요 목표는 연내 상장이다. 그래서 박 대표는 김대일 대표와 함께 맡았던 패스트파이브 공동대표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겨 상장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새로운 지점 건물을 보러 다니는 등 중요한 업무를 직접 챙기고 있다.

요즘 박 대표는 패스트파이브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1인 창업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한 사람에게도 사무 공간을 빌려 주는 1인 임대 모델이다.

또 사무 공간을 꾸며주고 운영 관리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미 하나금융과 계약을 맺고 서울 강남역 부근 하나금융 사무실을 이런 식으로 관리해주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런 서비스를 패스트파이브에 의뢰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기업 문화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하면서 사무공간을 직원들의 주거지 근처로 분산시키려는 경향이 늘고 있어요. 기업들의 공간 활용 개념이 달라지는 것이죠. 그래서 코로나19 발생 전인 1월과 발생 후인 3월의 고객 기업 숫자를 비교해 보니 10% 늘었어요. 코로나19 이후 공유 사무실을 찾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뜻이죠. 앞으로 대기업들이 건물을 짓는 일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최연진 IT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