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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청년'은 누구인가... 푸대접에 나가떨어진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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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청년'은 누구인가... 푸대접에 나가떨어진 청년들

입력
2020.10.05 19:00
수정
2020.10.05 20:5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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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지도부 소개 홍보물.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지도부 소개 홍보물.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의 ‘청년 정치 생태계 실험’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표류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청년 정치인 육성을 쇄신 플랜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청년 정치의 주인공들은 구설에 휘말린 끝에 정치를 후딱 포기해버렸고, 김 위원장은 그런 청년들을 감싸는 대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당내 중앙청년위원회를 직격했다. "청년들이 더 진취적이지 못해서 옛날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것이 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년 정치인의 젊은 정치'를 강조한 김 위원장이 청년들을 공개 저격한 이유는 뭘까.

발단은 추석 연휴에 청년위가 만든 홍보물이었다. 청년위원들은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곱버스 투자 실패로 한강 갈 뻔함' 등의 선을 넘은 표현으로 스스로의 정체성과 야성(野性)을 무리하게 드러냈다. 비대위는 연휴 중 회의를 소집해 물의를 일으킨 청년들을 면직했다. 정치인으로 육성도 하기 전에 싹을 잘라버린 것이다. 박결 청년위원장은 5일 정계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사퇴했다.

비대위 결정이 호응만 받은 건 아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실수는 젊은이의 특권이다. 훈련된 정치인 시각으로 볼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면직 결정 과정에서) 나름대로 변호했다"고 했다. 장제원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청년들의 실수에 관대함이 있어야 할 당이 야멸차게 그들을 내쳐 버렸다"고 각을 세웠다. 김 위원장의 냉정한 선택이 2030세대의 반(反) 국민의힘 정서를 자극하고, 예비 정치인들의 국민의힘 진입을 포기시킬 것을 우려해서다.

국민의힘이 과잉 반응한 측면이 있지만, 청년 정치인 당사자들 역시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4일 페이스북에 쓴 입장문에서 "당 지도부는 청년위원들을 보호할 의무도 있다. 당 청년들을 지켜달라"고 당내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했다. 대부분 30대로 구성된 청년위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존재로 상정한 것이다. 홍보물 논란에 대해선 "이 정도로 지탄을 받아야 할 사안인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억울해했다.

청년 정치가 착근한 정치 선진국에선 청년들이 이처럼 '정치적 양육이 필요한 아이 취급'을 받지 않는다. 청년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며 기성 정치의 허들을 넘은 끝에 온전한 정치인으로 차근차근 성장한다. 31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미국 하원의원은 인종 차별 발언을 일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35세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의 정치 경력은 무려 15년이다. 이들이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서 청년 정치인의 몫을 요구했다면, 지금의 모습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11월에 당내 청년 조직을 재정비해 당내당 형태의 청년 조직인 '청년의힘'을 띄운다. 청년위를 청년의힘으로 승격하고 당 안팎의 청년 조직을 규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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