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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헌이 서울·부산시장 공천 금지? 바꾸면 되지" 돌변한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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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헌이 서울·부산시장 공천 금지? 바꾸면 되지" 돌변한 여권

입력
2020.10.05 17:10
수정
2020.10.05 20:5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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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로 심판받는 게 책임 있는 정당' 명분
당헌 고치고 대통령 묵인하면 추진 가능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성폭력 사건 대응 관련 서울시 공개 질의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성폭력 사건 대응 관련 서울시 공개 질의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 핵심부의 기류가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방향으로 최근 들어 확 쏠렸다. '표로 심판 받는 게 더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라는 명분에서다. '우리 잘못으로 공직자 재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공천을 포기한다'는 약속을 당헌에 새기고도 눈을 감기로 작정한 것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때문에 실시되며, 800억원대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

복수의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5일 본보 통화에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서 표로 심판을 받자는 게 내부 분위기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당원 투표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후보를 내는 쪽으로 당내 여론이 형성됐다”며 “집권 여당이 인구 1,000만명인 서울과 350만명인 부산의 시장을 뽑는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모양새를 갖춰 공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실무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당대표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단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당대표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단 뉴시스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여론은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튀어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시사in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공감할 후보를 내느냐가 중요하지, 내느니 마느니 논란은 정당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제1 도시인 서울과 제2 도시인 부산을 야당에 내줘 국민의힘이 상승세를 타면 2022년 대선 판도가 크게 불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지역 여론이 민주당에 나쁘지 않다. 지난달 2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서울 지역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33%, 국민의힘은 22%였고,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선 민주당이 33%, 국민의힘은 26%였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4월 23일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4월 23일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걸림돌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 민주당의 당헌 92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만든 ‘문재인표 혁신안’에서 잉태된 조항이다. 정당의 헌법 격인 당헌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약속까지 무시해야 공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민주당은 '파괴적 역발상'으로 돌파할 채비를 하고 있다. 당헌이 문제가 된다면 당헌을 고쳐버리겠다는 것이다. 당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가 전 당원 투표를 결정한 뒤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당헌을 바꾸는 수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에도 같은 과정을 밟아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이 비등했지만, 전 당원 투표에서 비례정당 참여 찬성 여론은 74.1%로 압도적이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한 의원은 “강성 민주당 지지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당원 특성 상 80% 이상으로 보궐선거 공천 찬성 표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당헌을 바꾸면 문 대통령의 약속이 남지만, 문 대통령이 침묵으로 추인하고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역풍을 우려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같은 작업을 '조용히' 진행 중이다. 당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민생 경제에 성과를 낸 후 국민 여론을 보고 공천을 공식화하는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공론화까지 뜸을 들이겠다는 것이다. 공론화 시점은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11월 말 전후가 될 전망이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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