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외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출국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정부 지침에 따라 해외 여행은 물론 추석 귀성까지 미루는 판에 외교 수장의 남편이 요트 구입차 해외 여행을 떠난 건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물론 평소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던 이 교수의 인생관과 "남편을 설득했지만 귀국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강 장관 해명을 겹쳐서 바라보면, 강 장관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남편이 자기 길을 고집하는 걸 배우자가 뜯어말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특별여행주의보는 여행 자제 권고이지 어긴다고 불법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안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건 고위공직자 가족이 보여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절제마저 내동댕이친 가벼움과 무책임 때문이다.
당장 감염병 확산 우려 때문에 결혼식이나 해외 여행을 미루고 귀성길조차 포기한 수많은 국민은 '강로남불'이라는 신조어까지 읊조리며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국민에게 방역 협조를 구할 것인지 걱정도 든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정부 지침에 따라 극도의 절제와 인내로 코로나19를 견뎌온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는 야당 비판을 강 장관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권 일각에선 '남편 일을 갖고 왜 강 장관을 공격하냐'며 벌써부터 방어막을 치고 있다. 내 편이면 자녀의 대입 특혜 의혹이 제기되어도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돌리고, 군 복무 중인 자녀를 위해 '엄마 찬스'를 쓴 정황이 나와도 검찰 개혁을 위해선 눈감는 진영 논리의 재판이다. 여권 인사들이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기득권층과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는 데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여권은 내로남불식 국정 운영 때문에 민심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건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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