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가 백신 관리 계속 공개해 설득해야"
자칫 접종률에 영향 끼칠까…질병청 "예의주시"
정부가 무료 접종하는 상온 노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안전한 것으로 결론나 12일부터 접종이 재개되지만 국가예방접종 사업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까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정부 발표에도 국민들은 “정말 맞아도 되는 것이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상온 노출 사태가 남긴 가장 큰 후유증은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상온 노출ㆍ부실 접종… 민낯 드러난 백신 관리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일 브리핑에서 “백신 유통조사 및 품질검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친 결과 백신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은 수거하기로 했다. 사용 중단됐던 물량 중 효과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혀진 491만 도즈(89%)는 무료접종 대상자들에 바로 공급된다.
하지만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 딸이 이번 상온 노출 우려가 제기된 백신(만 13~18세 이하) 접종 대상인 A(41)씨는 “정부가 안전하다고는 했지만 정말 맞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무료 백신으로 맞힐지 유료로 맞힐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안전' 시그널에도 이처럼 불안감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지난달 21일 밤 돌연 백신 무료접종이 중단된 이후 2주간 정부의 부실한 백신 관리 실체가 끊임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고, 일부 병원은 국가 조달 백신(무료 접종)과 병원이 구매한 백신(유료 접종)을 섞어 보관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정부는 제대로 의료기관들에 접종 중지 내용을 전달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당초 문제의 백신을 맞은 사람이 수십명이라 발표했지만, 이날 기준 사용 중단 백신을 맞은 사례가 무려 3,045명에 달했다. 유통회사, 의료기관, 정부 등 국가 조달 백신을 공급하는 3개 주체가 두루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들 “안전하다”...정부의 소통 노력 중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접종을 재개하는 백신에 대해서는 일단 크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약품 허가와 관리를 책임지는 식약처 검사 결과를 통과했으므로 믿고 접종해도 된다”며 “국민이 불안할 수 있겠지만 이 백신을 접종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백신 관리 유통, 보관과정에서 원칙이 훼손돼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되살리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최 교수는 “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에게 백신 관리와 유통 현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이상반응 모니터, 백신 효과 모니터를 계속해서 안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의 독감 예방 효과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국민이 잘 이해하고 믿을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계속해서 잘 설득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만약 불신이 이어진다면 민간연구소에 검증 등을 제안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독감백신 안전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접종률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초 국민 60%에 대해 독감 백신을 접종해 자칫 겨울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질병청도 이날 "(백신)유통문제로 접종률이 영향을 받을지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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