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창출·규제완화 노동법 개정안 국회 통과
노동·환경·인권단체 반발... 反정부 시위 격화
인도네시아 시민사회가 노동 분야 등 정부의 구조개혁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가 관련 법을 통과시키자 노동ㆍ환경단체는 대규모 시위에 나섰고, 인권ㆍ종교단체 등은 개정안 취소 및 대통령 등의 사임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에 돌입했다.
7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회(DPR)는 5일 밤 본회의에서 905쪽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 특별법(일명 옴니버스법)을 통과시켰다. 옴니버스 문학 형식처럼 노동ㆍ조세ㆍ금융 3분야의 법 중 그간 개정이 힘들었던 76개 법안 1,200여개 조항들을 한데 묶어 바꾸는 '일괄 타법(他法) 개정' 방식으로 인도네시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당초 국회는 8일 최종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노동계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자 5일 밤 전격 통과시킨 뒤 폐회 선언했다.
옴니버스법은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 규제 개혁, 관료제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옴니버스법안 통과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지난해 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투자를 늘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을 정도로 조코위 2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2월 최종 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정확한 논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자 더는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환경단체는 "법 개정은 개악"이라고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 및 퇴직금 산정 방식, 해고 기준 등이 사용자에게 유리하고, 투자 요건 완화는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져 환경을 파괴하고 원주민들의 생존권을 해친다는 것이다. 우스만 하미드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지부 사무총장은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논의에서 배제된 법 개정은 시민들의 인권을 착취하는 재앙"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슬람교 기독교 등 종교연합단체 역시 "노동자, 농민, 어부 등 약자에 대한 정의는 사라졌다"며 옴니버스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성단체도 "여성 노동자들이 특히 피해를 입는다"고 반대했다. 시민사회가 주도한 법안 취소 청원에는 이틀 만에 132만명 넘게 동참했다. 대통령 및 국회의장 사임 촉구 청원에도 7만여명이 서명했다.
노동자들은 법 통과 다음날인 6일 자바섬, 수마트라섬, 술라웨시섬 등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인도네시아노동조합연맹(KSPI)은 "8일까지 200만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부자바주(州) 반둥 등지에선 시위대가 경찰차를 부수거나 화염병을 던지고 경찰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조코위 대통령이 국회 법안 통과 전 노동부에 차관 자리를 하나 더 신설하고 노동조합 대표를 면담하는 등 노동계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반대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아울러 조코위 대통령이 한 달 내 개정안에 서명하면 즉시 효력을 발휘하지만 시행령에 위임한 항목이 많아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정부령이 나와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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