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딸에게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탈북 중에서도 최악으로 여기는 남한행이 공식화된 만큼 평양에 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북한은 외교관이 근무지를 탈출해 자신이 주재하던 국가에 머무르면 '도주자ㆍ이탈자'로 분류하지만, 한국으로 망명하면 '배신자ㆍ변절자'로 규정한다"면서 "변절자ㆍ배신자의 가족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혈육을 두고 온 외교관들의 소식 공개는 그 혈육의 운명과 관련된 인도적 사안"이라면서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을 보도하는 국내 언론에 유감을 표명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이탈리아 체류 당시 고교생 신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조 전 대사대리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의 북한 가족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제3국 탈북자 가족보다 무겁다. 미국이나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 가족들에 대해선 직계 식구들에 한해 강제노역과 지방 이주 등의 처벌이 가해지지만 남한 탈북자 가족에겐 직계뿐 아니라 4촌은 물론 8촌까지 처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이날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 유도를 위해 미국 탈북자 가족은 종종 처벌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남측으로 탈북한 사실이 확인되면 예외 없이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노동당) 입당 제한과 강제 노역 등의 처벌이 내려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에 대한 처벌을 놓고 고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선 조 전 대사대리가 태영호 전 의원과 달리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 북한의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이 미성년자인 조 전 대사대리의 딸에게 처벌을 가한 것이 알려질 경우 국제적인 공분을 야기할 수 있어 북한에게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제 2018년 11월 조 전 대사대리가 잠적하고 그의 딸이 북한으로 돌아간 후 이탈리아에서는 딸의 강제 송환 여부가 정치권의 쟁점이 됐다. 당시 조성길에 이은 신임 북한측 대사대리는 이탈리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의 딸이 자진해서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이미 국제적 주목을 받은 바 있어 북한으로서도 필요 이상의 처벌을 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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