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전망 강화'와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가치를,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라는 양대 축으로 구현해, 우리 경제ㆍ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겠다." 올해 7월 14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비전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비전과 구체적 실행 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한 지 약 3개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공개적으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주문한 때로부터는 반 년이 흘렀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사업을 대담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4월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 문 대통령 발언)
그러나 국민 호응도와 인지도 모두 '글쎄'다. 흥행만 놓고 보면 '낙제점'이라고도 평가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한국판 뉴딜을 바라보는 요즘 청와대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못한 것도 그래서다. 한 참모는 "주변에서 한국판 뉴딜 얘기하는 것 들어본 적 있어요?"라는 자조섞인 물음을 던졌다. "장기적으로 볼 땐 무플보다 악플이 나은데..."라고 토로한 참모도 있었다.
청와대의 고민이 깊은 건 '흥행이 안 된다'는 지점보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도 높은 인물'인 문재인 대통령이 움직여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은 '데이터 댐'(6월 18일), '그린 에너지: 해상풍력'(7월 17일), '그린 스마트 스쿨'(8월 18일),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9월 17일) 등의 세부 주제를 앞세워 한국판 뉴딜 현장을 매달 찾고 있다.
지난달 24일엔 경기 김포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 연계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했다. 이 때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과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사실이 추후에 알려지며 '한가하게 공연을 봤다'는 유의 비판만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문화예술계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일정이었지만, 청와대에서도 '뼈 아픈 비판'이란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왔다.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횟수도 상당하지만 그다지 반향은 없다. 한국시각으로 지난달 23일 새벽 진행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국은 '한국판 뉴딜'이라는 도전에 나섰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함께하는 한국 경제의 전면적인 대전환이며,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가기 위한 약속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메아리는 없었다.
'특급 홍보 모델'의 활약에도 "한국판 뉴딜이 뭐야?"에 가까운 반응이 나오니, 청와대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여론이 꿈쩍할 기미도 별로 없다는 게 청와대 자체 분석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을 비롯해 여권 발(發) 악재에 번번이 관심을 빼앗기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태세다. 한국판 뉴딜 알리기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10대 대표 과제와 관련한 현장을 연말까지 부지런히 방문할 계획이다. 스마트 의료 인프라,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국민안전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의 현장이다.
민심이 한국판 뉴딜을 보다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홍보 방식을 도입할 채비도 하고 있다. 한 참모는 "현장 방문 일정은 '기본'으로 챙기고, 국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할지도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 '정책형 뉴딜펀드'가 출시되면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스며들지 않겠냐는 기대도 없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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