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펀드 판매사였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4명에게 최대 '직무정지'가 가능한 중징계 방침을 예고했다. 라임 사태가 본격적인 제재 국면에 들어서면서, 금융당국이 판매사에도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등 라임 펀드를 판매했던 증권사에 징계안을 사전 통지했다. 징계안에는 라임 펀드 판매 당시 CEO였던 박정림 현 KB증권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에게 최대 직무정지까지 가능한 징계 방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통지는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기 전, 그간의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감원이 원하는 징계 대상 및 수위를 금융사에 미리 알리는 절차다. 그만큼 금감원의 ‘처벌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감원은 펀드를 만들고 운용한 회사(라임 등) 외에 판매사인 증권사에도 대표를 직무정지 시키는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보는 셈이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5단계로 나뉘는데, 이중 직무정지를 받게 되면 제재가 확정되는 날부터 맡고 있는 임원 직무를 더이상 할 수 없게 된다.
금감원은 라임 사태에 있어 판매사의 책임 또한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판매사들이 펀드를 평가하고 견제할 수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고, 여기에 더해 판매 과정에 대한 관리 또한 매우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달 29일로 예정된 제재심에서 증권사 전현직 CEO들에게 직무정지 징계가 확정되면 아직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병철 신한금투 전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는 현재 임원이 아니어서 당장 변화는 없지만, 대신 향후 4년간 금융권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게 된다.
증권업계는 CEO까지 징계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때 CEO를 제재할 근거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임에서 애초 사기에 가까운 펀드를 판매사에게 넘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무리하게 묻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제재심은 오는 20일로 예정돼 있다. 라임은 펀드 기획 등 관련 위법 수위가 높아 등록 취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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