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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옛 소련, 흔들리는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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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옛 소련, 흔들리는 푸틴

입력
2020.10.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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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ㆍ중앙아ㆍ코카서스 동시 위기
장기 집권 통해 옛 소련권 통제 전략 타격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소치에서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소치=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소치에서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소치=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자국 세력권으로 간주해온 구 소련 지역에서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 벨라루스ㆍ아르메니아ㆍ아제르바이잔ㆍ키르기스스탄에서 잇따라 정치적 위기가 증폭되면서 역내 안정을 도모해온 러시아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 집권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려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벨라루스ㆍ중앙아시아ㆍ코카서스 지역의 위기가 중동ㆍ아프리카ㆍ남미 등 전 세계로 지정학적 영향력을 키워 온 푸틴 대통령의 전략가 이미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러시아가 인접국들의 갑작스러운 상황 악화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에선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선거 부정 의혹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8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루카센코 대통령이 '도둑 취임식'을 강행했지만 시위 행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26년 장기집권에 항의하는 벨라루스 시위대의 출현은 36년 집권 프로젝트를 가동한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달 초 총선을 치른 중앙아시아 소국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집권 세력의 총선 압승 이후 야권의 대규모 불복 시위가 벌어지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결과 무효를 선언했다. 불법 선거 항의 시위대는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일사분란한 정치를 미덕으로 삼는 '관리 민주주의'를 주창한 러시아로서는 시위대의 이 같은 대통령 퇴임 요구를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옛 소련에서 나란히 독립한 코카서스산맥 남쪽의 두 나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싼 무력 충돌을 열흘 넘게 이어 오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지역에서는 터키가 아제르바이잔 지원에 나서면서 러시아가 쥐고 있는 역내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옛 소련 붕괴가 남긴 상흔을 안고 있는 이들 러시아 인접국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폭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FT는 "러시아 정부가 대중의 반발을 무릅쓰고 개입해 인접국 정부를 지원할지 각국 정부에 그대로 맡겨둘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대해선 지난달 중순 루카셴코 대통령을 만나 군사ㆍ경제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정치권을 향한 분노가 커지기는 러시아 내부도 마찬가지다. 동부 하바롭스크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13주째 시위를 벌여 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경제난 등 국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싱크탱크인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러시아의 위대함과 성공을 향한 푸틴의 비전은 모두 외교정책 의제와 연관돼 있다"며 "특히 최근 닥친 (인접국들의) 일련의 위기에 관여함으로써 국내 문제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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