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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의 마지막... "끝까지 환자 돌본 진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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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의 마지막... "끝까지 환자 돌본 진짜 의사"

입력
2020.10.09 15:3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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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 별세
환자ㆍ동료들 "몸에 밴 배려로 주변 살펴"
별세 직전까지 매일 환자 10명씩 진료해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였던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업무를 보고 있다. 매그너스요양병원 제공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였던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업무를 보고 있다. 매그너스요양병원 제공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였던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지난달 향년 94세로 생을 마감했다. 생전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했던 고인을 두고 지인들은 "환자에게 열정을 바쳤던 진짜 의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운을 벗지 않았던 고인은 지난달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지난달 7일까지도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던 고인은 노환이 악화하자 마지막 일터였던 매그너스요양병원에서 일주일을 입원해 있다가 영면에 들었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병원의 동료들은 "모든 직원의 정신적 지주가 떠났다"고 표현했다. 김윤 매그너스요양병원 원장은 고인을 "본인이 배당된 곳이 아니더라도 병원을 다 돌면서 환자를 살핀, 어머니같은 존재였다"고 설명했다. 손의섭 매그너스요양병원 이사장 역시 "평소 한 과장의 성품과 업적을 본받던 직원들이 '원장님'이라고 부르곤 했다"고 회고했다.

'국내 최고령 현직 여성 의사'를 대중에게 소개했던 각종 매체 제작진들도 그의 투철한 직업 정신을 기억했다. 생전 한 과장의 다큐멘터리 연출을 맡았던 김인중 PD는 "치매 환자들과도 단순한 치료 이상으로 노래를 같이 부르거나 함께 기도하는 등 환자와의 교감에 힘쓰신 분"이라며 "병원에서 회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의사였을 정도"라고 한 과장을 설명했다.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생전 업무를 보던 진료실 모습. 최다원 기자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생전 업무를 보던 진료실 모습. 최다원 기자


환자들 역시 그의 남달랐던 배려를 잊지 못했다. 30년 전 환자로 처음 만나, 한 과장의 단골 미용실 원장으로서 인연을 이어 온 최화순(71)씨는 한 과장을 "뭐 하나라도 더 쥐어주려 하셨던 분"이라고 묘사했다. 최씨는 "항상 커트비 이상으로 영양제, 음료수, 과일 등을 사다 주셨다"며 "비용을 받지 않으려 하면 몰래 돈을 숨겨놓고 가기도 했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고인은 환자 뿐 아니라 계층을 따지지 않고 다양한 이들에게 인정을 베풀었다. 매년 명절이면 요양병원 셔틀버스 기사나 식당 근무자들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와 함께 용돈 봉투를 쥐어준 일화는 주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대한기독여자의사회에서 한 과장과 활동했던 최경숙 고대 교우 의료봉사회 단장 역시 "배려와 양해가 몸에 배어 있는 분이었다"고 그를 떠올렸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한 한 과장을 기리는 헌사가 줄을 이었다. 한 시민은 "요양원에서 환자로 누워 있다가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과장은 그 틀을 깼다"며 "별세 직전까지 사회에 보탬이 된 것이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한규상)와 어머니(박덕실) 사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9년 고려대 의대 전신인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30여년간 내과 전문의로 병원을 운영하다가 40년 전 병원을 정리하고 다양한 무료 진료 활동을 펼쳤다. 올해 초까지 10년 넘게 무료 건강강좌를 진행했고, 2007년 노인 요양병원 의사로 도전해 최근까지 13년간 매일 10명 이상의 환자들을 돌봤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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