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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옥중서신서 나훈아에게 의문의 1패 당한 까닭은

입력
2020.10.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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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 한글날 집회 맞춰 옥중서신 2건 공개?
"목사들, 나훈아ㆍ의사들보다 못해서 되겠나"
"文정권, 경찰 뒤에 숨어 국민 목소리 틀어 막아"

보석 취소로 재수감되는 전광훈(가운데) 목사가 7일 오후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석 취소로 재수감되는 전광훈(가운데) 목사가 7일 오후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옥에 수감 돼 자취를 감췄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한글날인 9일 보수 진영의 '한글날 집회'를 맞아 오랜만에 자신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것도 2건이나 됩니다.

그런데 메시지가 좀 독특합니다. 자신(64세)보다 9살이나 많은 인기 가수 나훈아(73세)씨를 언급했는데요. 나훈아의 노래를 치켜세운 게 아닙니다. 들여다보면 나훈아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나훈아가 공연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왔는데, 이를 언급하며 더욱 힘을 내 정부를 규탄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부 비판으로 주목을 받는 건 본인 몫이어야 하는데, 그 자리를 나훈아에게 내줘서 그랬던 걸까요.

연예인을 언급하긴 했지만, 내용은 상당히 셌습니다. 마치 집단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며 교인들과 목사들의 동참을 독려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집회를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겠다, 정부 규탄을 위해 일방통행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진 겁니다.

"목사들, 선지사적 사명 못해… 순교 정신으로 일어나자"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8ㆍ15집회 참가자들이 법원의 전광훈 목사 보석 취소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8ㆍ15집회 참가자들이 법원의 전광훈 목사 보석 취소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목사가 옥중 서신을 통해 밝힌 자신의 입장을 자세히 보면 이렇습니다. 전 목사는 수감 상태인 만큼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통해 입장이 나왔는데, 사회자가 전 목사의 편지를 대독하는 형태로 전달했습니다.

목사들의 집회 동참을 독려하 듯 "한국 교회 목회자들에게"라며 운을 뗐는데요. 전 목사는 "어찌하다가 목사들이 대중가요을 이끌어 온 나훈아 만큼도 못한 처지가 되었나"라며 "지금 (목사들은) 선지자적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목사가 집단 행동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나훈아는 물론 의료계 집단 파업도 언급했는데요. 앞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등에 반발해 의료계가 집단 휴진을 벌인 것처럼 더욱 강하게 대응하자며, 목회자인 자신들이 "이들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되겠느냐"며 질책했습니다.

그런데 나훈아와 집단 휴진 외에 또 돋보이는 표현이 있습니다. '순교 정신'을 강조한 건데요. 이는 전 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병원에 입원해 내놓은 표현입니다. 전 목사는 "이제 우리가 선배들을 본받아 민족을 복음으로 깨우치는데 순교의 정신으로 달려가야 할 것"이라며 "철저한 복음주의 동역자 여러분들이 순교 정신으로 일어나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나훈아만도 못해서 되겠습니까"라며 "의사 선생님들은 똘똘 뭉쳐 집단으로 대처하니 당장 정부가 굴복하는 것을 보지 않았나. 이렇게 목사들이 의사 선생들만 못한가"라고 했습니다.

전 목사가 정부를 비판할 때 빼놓지 않는 '주사파(주체사상파)' 표현도 어김 없이 들어갔습니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이 주사파로 가선 안 된다는 것에 대해 분노로 일어섰고, 그 표현으로 지난 1년간 광화문 광장에 모여 기도를 해 왔다"며 "주사파와 사회주의는 한국 교회가 함께 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구치소에 있으니 영적으로 하나님과 가까이 와 있다"

8월 17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울 성북구 자신의 사택 인근에서 구급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8월 17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울 성북구 자신의 사택 인근에서 구급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하나님 나한테 까불지마" 발언으로 개신교에서 신성 모독과 이단 논란을 불러온 전 목사는 이번에도 '하나님'을 거론했습니다. 전 목사는 본인의 상태가 '영적으로 하나님과 아주 가까운 상태'라고 표현했는데요. 그는 "저는 영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상태에 와 있다. 구치소에만 들어오면 할 수 있는 것이 성경 묵상과 기도 밖에 없기 때문에 영적으로 하나님과 아주 가까이 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목사는 '아미시 공동체'까지 동원했습니다. 아미시 공동체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기독교 종파 중 하나를 믿으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농경과 수렵 생활에 기반을 둔 자급자족 공동체로, 외부와 단절돼 그들만의 독특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 살아가죠. 아미시 마을은 미국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등 31개 주에 퍼져 있으며, 아미시 인구는 2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 전 목사와 자신의 지지 세력들이 따로 집단 거주 지역을 만들어 자신들이 '한국의 아미시'가 되겠다고 한 겁니다. 그는 "구치소에서 기도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차라리 제주도로 집단 이주해 복음자들이 사는 특별자치도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인천 옆 대부도를 특별자치구로 개발해 미국 아미시 공동체 같은 특별구역 조성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특별자치구 형성이 전 목사 뜻대로 되는 게 아니죠. 전 목사도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신 '영적 싸움', 즉 집단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전 목사는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다 종북화 되는 상황에서 이것까지도 가능성이 없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복음주의자들이 영적 싸움을 벌이며 민족을 구원하고 북한 동포를 해방시키는 길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권, 집회 금지는 '문재인 하야' 폭풍 두려워서"

사랑제일교회 측 변호인단인 강연재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목사의 옥중 입장문 대독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던 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사랑제일교회 측 변호인단인 강연재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목사의 옥중 입장문 대독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던 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전 목사의 또 다른 옥중서신은 정부의 방역 조치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보수진영의 한글날 집회 신청을 거부한 데 대해 "문재인 정권이 경찰 뒤에 숨어 국민 목소리를 틀어막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정부가 자신들을 핍박하고 있다는 일관된 프레임을 끌고 나가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정부의 비판 메시지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8ㆍ15 비상대책위원회 변호인단과 기독자유통일당 등 보수 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강연재 변호사가 대신 읽었습니다.

전 목사는 "정부가 고발, 강제 연행, 체포, 구상권 청구로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며 "정부가 방역과 집회의 자유가 조화를 이루지 않게 하는 건, 집회를 허용하면 폭발적으로 터져나올 국민의 분노와 문재인 하야 폭풍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민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최소한만 제한할 수 있는데도 원천금지한 범죄 행위를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전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월 24일 구속돼 재판을 받다가 구속된 지 56일 만인 4월 20일에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보석 조건으로 관계자와의 접촉 금지를 내걸었지만, 전 목사는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을 이끌고 광복절인 8월 15일에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전 목사는 지난달 7일 보석이 취소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 참석 이틀 뒤인 8월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돼 입원 치료를 받았고, 병원에 입원한 지 17일 만인 지난달 2일 퇴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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